만화종주국 日서도 인정받은 ‘미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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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문화청 주최 ‘미디어 예술제’… 윤태호 작가 만화부문 우수상
“나에게 마쓰모토는 오랜 우상… 그와 만나고 함께 수상해 영광”

“20년 전 첫 해외여행으로 일본에 왔을 때 마쓰모토 다이요(松本大洋)의 만화를 보고 충격을 받아 일본어도 모르면서 ‘철근 콘크리트’ ‘핑퐁’ 등 그의 작품을 산더미처럼 사 갔습니다. 그런 작가와 함께 상을 받는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15일 일본 도쿄(東京) 오페라시티에서 만난 윤태호 작가(사진)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미생’으로 이날 일본 문화청이 주최하는 ‘미디어 예술제’ 만화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올해 20회를 맞는 이 행사 만화 부문에서 한국인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번역을 맡은 후루카와 아야코(古川綾子) 씨와 한국 서적 전문출판사 쿠온의 김승복 대표도 함께 수상했다.

수상보다 더 윤 작가를 흥분시킨 것은 오랜 우상이었던 마쓰모토 작가를 만난 것이었다. 그는 e메일 주소가 ‘taio69’일 정도로 마쓰모토 작가를 흠모해 왔다고 한다. 마쓰모토 작가도 이번에 우수상을 받았다.

윤 작가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국이 웹툰 종주국이 됐지만 제 세대 만화가들에게 일본 만화는 동경의 대상”이라며 “오토모 가쓰히로의 ‘아키라’는 내 만화 연출 방식에 큰 영향을 줬다. 마쓰모토는 따라갈 수 없는 지점을 보여줘 좌절을 안겨줬다”고 돌이켰다.

시상식을 마친 윤 작가는 마쓰모토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둘은 바둑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마쓰모토 작가는 “프로기사 이세돌의 열혈 팬이라 지난해 알파고에 패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미생을 꼭 읽어보겠다. 언제든 e메일로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한국만화가협회장인 윤 작가는 그를 국제만화가대회(ICC)에 초청했다.

지난해 일본에서 번역 출판된 미생은 심사 과정에서 ‘한국적이면서도 일본 청년들에게 시사점이 많은 작품이다’, ‘구성력이 뛰어나다’는 등의 극찬을 받았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만화가 이누키 가나코(犬木加奈子) 씨는 시상식 후 윤 작가를 찾아 “한국 드라마를 보고 인상 깊었던 차에 후보작으로 올라와 주저 없이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미생은 일본에선 지난해 후지TV에서 리메이크 드라마로 제작돼 황금시간대에 방영됐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미디어 예술제#윤태호 작가#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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