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융·복합 미디어 환경에 특화한 인재 육성…순천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4일 11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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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학생회 기획의 전시회 ‘카롤라’.
만화애니메이션학과 학생회 기획의 전시회 ‘카롤라’.

만화가 ‘뜨고’ 있다. 대한민국 사교육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는 만화입시학원이 성업 중이다. 그런가하면 웹툰의 시장 규모는 2014년 2100억 원에서 2018년 88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펜 선 하나에도, 지우개질 하나로도 생명력이 달라지는 만화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4차 산업의 주역임을 웅변해 준다. 만화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모든 문화콘텐츠의 ‘원소스 멀티유즈(OSMU)’로 주목받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순천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가 있다. 이 학과는 1996년 4년제 국립대학으로는 최초로 설립됐다. 웹툰, 카툰, 캐리커처, 2D & 3D 애니메이션, 실사 영상제작 등의 교육과정과 첨단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실습을 통해 융·복합 미디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만화애니메이션 전문 인력을 길러내고 있다. 그 바탕엔 21세기 디지털 콘텐츠는 뉴미디어와 결합해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만화애니메이션학과의 교육과정은 알차면서도 ‘빡세다’. 다양한 재료의 활용법과 표현 방법을 모색하고,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자질에 맞는 맞춤식 학습으로 특성화하였다. 신입생은 물론이고 졸업생까지 만화, 영상, 삽화 등 각 분야의 전공교수의 일대일 지도를 받으며 졸업 포트폴리오를 준비한다.

학과는 또 학생들이 졸업 후 ‘2급 문화예술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예술 강사 활동을 하는 한편 작가가 되거나 취업할 수 있다.

졸업 후 이들은 어디로 진출할까. 웹툰 작가, 2D & 3D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3D 모델링, PC 및 모바일 관련 게임 제작회사, 벽화작업, 예술 강사 등 다양한 콘텐츠 제작 관련 분야에서 활동한다.

고등학생 때 출판만화에 흥미를 느껴 이 학과를 선택했다는 이준 씨(3학년)는 웹툰 작가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 웹툰 시장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제대로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책 읽는 게 마냥 좋다는 이배영 씨(4학년)는 ‘그림 동화 작가’를 꿈꾼다. 출발은 삽화 중심이지만 글·그림 속에 자신의 반짝이는 생각을 담아내는 명실상부한 작가가 되고 싶다고 밝힌다.

인상적이었던 수업 등을 묻자 두 사람의 답변은 자신의 관심분야와 놀라울 만큼 맥이 닿아 있다. 이준 씨는 ‘노네임드’ ‘꿈의 기업’으로 유명한 이 대학 출신 만화가인 문지현 교수의 ‘스토리보드 실습’(2학년 2학기)을 꼽았다. 이 수업을 통해 만화의 구성이나 연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배영 씨는 ‘그림 그리는 생각’의 작가 안순현 선배(이 대학 출신 만화가)에게서 창작애니메이션에 대한 조언을 얻어 무척 기뻤다고 했다. 그림책만 생각하고 있던 자신에게 애니메이션 등 창작의 범위를 넓혀준 계기가 됐다는 것.

교수는 5명이다. 정종환 교수(순수예술·88서울올림픽 때 승마경기 장애물 디자인과 설계제작), 공옥희(캐릭터/일러스트), 장승태(카툰/시사만화), 이진희(카툰/스토리만화), 최성욱 교수(현대미술 디지털애니메이션)가 연구와 교육을 맡고 있다.

장학금도 풍부하다. 우석 장학생에게는 4년간 등록금 전액과 생활관비 전액, 역량개발비 600만 원을 지급하고 드림 장학생에게는 4년간 등록금 전액과 생활관비 전액을 지원한다. 이 밖에 국가장학금과 국가지원 장학금, 순천대학교 발전지원재단 장학금이 있다.

이 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이라면 반드시 알아둘 ‘꿀팁’이 있다. 최근의 실기고사 주제를 잘 챙기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2017년 실기고사 주제는 ‘촛불’(수시), ‘도깨비’(정시), 2016년 ‘역주행’(수시), ‘금수저와 흙수저’(정시)였다. 하나같이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이슈들이다. 학과는 그러니까 학생이 사회적 현상을 인지하며 분석할 능력이 있는지, 창작과 응용으로서의 전공에 대한 이해력을 갖췄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2017학년도 정시 주제인 ‘도깨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학생 중엔 한국 전통 도깨비보단 일본 오니를 그리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학생들은 그림은 오히려 좋았지만 대부분 떨어졌다. 학과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이며 자기 주관이 뚜렷한 학생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 학과 학생들의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2017학년도 입학정원은 23명. 수시(실기위주전형 14명, 학생부종합 5명)에서 83%를 뽑았으며 경쟁률은 19 대 1로 치솟았다(실기성적우수자 26.43 대 1). 수시 평균 내신 성적은 3.95등급, 정시 수능 153.8점.

손진호 전문기자 song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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