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는 미완의 뜻… 열차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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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999’ 한국서 40주년展 여는 원작자 마쓰모토 레이지 씨

1977년 처음 세상에 공개된 ‘은하철도999’가 발표 40주년을 맞았다. 원작자 마쓰모토 레이지는 40주년 특별 전시회를 위해 26일 처음으로 방한했다.실버트레인 제공
1977년 처음 세상에 공개된 ‘은하철도999’가 발표 40주년을 맞았다. 원작자 마쓰모토 레이지는 40주년 특별 전시회를 위해 26일 처음으로 방한했다.실버트레인 제공
“은하철도999에서 ‘999’는 미완성을 뜻합니다. 1000은 어른이 된다는 걸 의미하죠.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철이는 저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은하철도999’는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이야기입니다.”

영원히 멈추지 않는 열차 ‘은하철도999’의 원작자 마쓰모토 레이지(79·본명 마쓰모토 아키라)가 처음 한국을 찾았다. 죽은 뒤 해골이 남듯 자신의 뜻(志)도 영원할 거란 뜻이 담긴 빨간 해골 모자도 함께였다.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은하철도999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9세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그는 올해로 데뷔한 지 60여 년이 흘렀다. 우주전함 야마토(1974년), 은하철도999(1977년), 우주 해적 캡틴 하록(1978년), 천년여왕(1980년) 등을 그린 그는 2012년엔 프랑스 문화예술훈장인 슈발리에를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로 발표한 지 40주년이 되는 ‘은하철도999’는 19세 때 그가 탔던 도쿄행 야간열차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기계공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상경했다. 전투기 조종사였던 아버지가 사람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채소 행상으로 직업을 바꿨기 때문. “당시 도쿄로 가던 기차가 터널을 통과했는데, 어두운 그 장면이 제겐 우주처럼 느껴졌습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란 꿈을 안고 있었기에 기차가 제겐 희망이었죠. 그때 ‘은하철도999’를 타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1938년생인 그는 일본의 전쟁세대다. 어린 시절 전쟁터에서 총알을 주우며 놀았다는 그는 “전쟁은 일상이었다”고 고백했다. “어릴 때부터 사람의 생명엔 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한정된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인간의 유한한 생명은 ‘은하철도999’를 관통하는 세계관이기도 하다. 서기 2221년을 배경으로 하는 만화에는 기계인간이 등장한다. 영생(永生)을 꿈꾸는 인간이 육체를 벗어던지고 기계의 몸을 택하는 세상이 도래한 것. 인간의 육체를 지키려 했던 엄마가 기계인간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주인공 철이는 영원한 기계의 몸을 버리고 유한한 인간의 삶을 선택한다.

“살아있다는 건 한정된 시간을 사는 걸 의미합니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대충대충 살지 않겠어요? 설사 기계로 영원히 살 수 있다 해도 저는 유한한 인간의 삶을 선택할 겁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은하철도999#마쓰모토 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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