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가 겁내는건 다양성… 문학이 이런 역할 할수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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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소잉카-고은 시인
광주 亞문학페스티벌서 대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4일 대담을 나눈 월레 소잉카 작가(오른쪽)와 고은 시인. 이들은 “문학을 포함해 다양한 문화가 편견 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만들어 평화의 지평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4일 대담을 나눈 월레 소잉카 작가(오른쪽)와 고은 시인. 이들은 “문학을 포함해 다양한 문화가 편견 없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만들어 평화의 지평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공
“극단주의자들이 두려워하는 건 경계를 가로지르는 창의성입니다.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위협과 독주에 맞서 한국 작가들은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며 진실을 담아내는 글쓰기를 계속해야 합니다.”

198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나이지리아 작가 월레 소잉카(83)는 4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참석해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소잉카 작가는 ‘해돋이가 당신의 등불을 끄게 하라’란 주제로 고은 시인(84)과 대담을 나눴다.

나흘간 열린 이 페스티벌은 두 작가의 만남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소잉카 작가는 “한국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남북한이 총구를 겨누고 있는데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며 “한반도 전역에 전쟁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 시점에 아시아 문학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시의적절하고 중요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발생하고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소잉카 작가는 “내 종교만 옳고, 내가 아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으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극단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건 창의적이고 다양성을 지닌 행위이고, 이런 점에서 아시아 문학은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 시인은 “유럽 문화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공통점이 많은 반면 아시아는 종교, 인종, 언어는 물론 지형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이런 특징을 담은 아시아 문학이 본격적으로 발화한다면 또 다른 가능성의 지평이 열릴 것이다”고 했다.

두 작가는 급진주의 세력들은 자신들이 정한 물리적, 정신적 경계선 안에서만 머물기를 원한다며 그 경계를 뚫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잉카 작가는 “나이지리아의 테러단체인 ‘보코하람’은 직역하면 ‘책은 죄악이다’란 뜻이다. 이들이 학교 수업, 언어를 통한 교류를 반대하는 것은 창의성이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문학은 경계선 너머에 풍요로움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것. 고 시인은 “경계를 넘을 때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다. 이는 세계가 생동하고 지속하는 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대담에 앞서 ‘아프리카가 아시아에게’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기조 강연에서도 소잉카 작가는 “치명적인 대결의 최일선인 이곳 한반도에 작가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 그 자체가 인간의 정신을 가두고 폭력을 일삼는 세력에 대응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행사에 참석한 국내외 작가 30여 명은 이날 ‘2017 광주선언문’을 채택해 “미숙한 개인의 영혼 속으로만 함몰돼 가던 문학을 인간의 대지로 다시 불러내고, 자기 확신만 앞세우는 고집스러운 언어들과는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제1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자로는 몽골 시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77)가 선정됐다. 우리앙카이는 몽골 문학에 직관과 통찰의 영토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상금은 2000만 원이다.
 
광주=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월레 소잉카#시인 고은#문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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