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감독 “영화화 두려웠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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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23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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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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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랑 받은 원작, 영화화가 두려웠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에요.”

김도영 감독과 ‘82년생 김지영’ 개봉 당일 만났다.

2000년부터 연극 무대와 영화에서 배우로 활발히 활동해온 김 감독은 지난 2012년 단편영화 ‘가정방문’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주목받던 그는 첫 장편 상업영화로 배우 정유미 공유 주연의 ‘82년생 김지영’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김 감독과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한 김도영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 분)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조남주 작가의 동명 원작 소설이 원작이다.

이날 김도영 감독은 개봉 소감에 대해 “개봉일을 기다려왔는데 떨리고 설렌다”고 말했다. 그는 주위 호평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주변 분들 시사회 오셨던 분들께 얘기 들었다”며 “많이 공감해주시고 좋아해주셔서 만든 사람으로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 것.

배우로서 활동하다 결혼 후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경험하게 된 김 감독. 그는 원작 소설 ‘82년생 김지영’에 공감하게 됐고, 이에 연출까지 맡게 된 과정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제 막냇동생이 81년생인데 막냇동생과 제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 나이가 열 살이나 많은데 나와 비슷하구나 했다”며 “책의 담담한 문구 등 이런 것들에 울림이 있었다. 감정이 격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담담하게 그려가면서 오히려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 원작을 접했을 당시에 대해 회상했다.

또 김 감독은 “소설에 공감하시는 많은 분들을 보면서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구나 했다”며 “저도 육아가 시작되면서 경력 단절이 오고,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까, 어떻게 내 욕망을 쫓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과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다 40대 중반 넘어서 영화학교 들어갔다. 그 나이가 되면 다른 새로운 걸 추구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지만 대단한 감독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욕망을 향해 가야겠다 생각했다. 지영씨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나이와 상관 없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뱃머리를 돌리고 천천히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원작과 차별점 등 연출 방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원작과 영화 사이 차별점을 둔다 생각하지 않았고 다만 결이 같아야 된다 생각했다”며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은 부담이 있다. 평생 비교 당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특히나 저로서는 입봉이기 때문에 그런 부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화 해야 한다는 것 보다는 책에서 이해했던 걸 되짚고 아는 선에서 아는 얘기를 해야겠다 생각했다”며 “책 결말은 씁쓸했는데 영화는 다르다. 저는 책을 읽고도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영화에서 대단한 걸 하지 않아도 쉽고 편안하게 그리면 좋지 않을까, 밝은 기운을 갖고 오면 좋지 않을까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작과 영화를 둘러싼 젠더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도영 감독은 “저는 진심으로 (젠더) 논란 때문에 메가폰을 잡는 게 어렵진 않았다. 그것보다 원작이 워낙 큰 관심과 사랑을 받으니까 과연 내 역량이 이걸 해낼 수 있을까 했다”며 “원작에는 큰 서사가 없다. 에피소드를 나열해서 볼 수밖에 없는데 그걸 내가 영화로 잘 담아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화려한 입봉이라 생각하기 보다 독자고 팬으로서 할 수 있는 부분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내 역량 안에서 큰 욕심 갖지 않고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조심스럽고 귀한 마음 갖고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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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과 영화가 갖고 있는, 젠더 이슈가 태생적 운명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도영 감독은 “책 한권, 영화 한편에 벌어지는 일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서사 자체가 갖고 있는 태생적인 운명이랄까 그런 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게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이 서사가 상업영화가 되면서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논란 속에서도 분명히 어떤 분들은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까지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제가 책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것처럼 그렇게 되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정유미 공유와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정유미 배우를 생각했을 때 전형적이지 않은 어떤 느낌이 있었다. 그는 프레임 안에 걸기 어려운 배우인데 그라면 김지영이란 인물에 어울리고 활력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김지영이란 인물은 평범한 인물이다. 평범함을 연기한다는 게 뭘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 모습이 어떻게 연기가 돼야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됐는데 정유미라면 어려움이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정유미 배우에게도 그 자체로 존재해주시면 좋겠다 했다. 매 장면마다 수행해야 하는 목적이 있었다. 그걸 잘 해내주셨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공유가 영화 출연을 수락한 데 대해 “솔직히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3년만에 돌아오는 작품이고 주인공도 아니고 서브인데, 선택해주신 것에 대해 굉장히 놀랐고 고마웠고 그런 마음이 컸다”며 “공유가 ‘도가니’라는 영화 선택하는 것 보면서 사회적 의제에 관심이 있고 균형 잡혀있는 배우, 역시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드라마 ‘도깨비’에서 비롯된 공유 이미지에 대해 “그런 게 걱정되지 않았다”며 “실제로 만나뵀을 때 너무 좋았다. 영화를 굉장히 지지해주셨다. 여러모로 저희로서는 공유 배우님과의 만남이나 연기하는 과정도 너무 좋았다. 역할에 대한 이해도 너무 좋았고 연기도 너무 잘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남성 캐릭터를 영화를 통해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도 말했다. 김 감독은 “저는 책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원작을 읽으면서도 (대현 혹은 남성 캐릭터가) 악하거나 나쁘거나 그런 느낌 보다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관습이나 문화 그런 것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느낌을 책에서도 받았다”며 “(김지영이 겪는 일이 나쁜 인물 때문이 아니라) 우리 주변 풍경이 어떠한가 초점을 맞춰져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아버지, 남편 등 주변 분들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기 보다 서투르거나 모르거나 그간의 문화에 젖어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런 부분들을 그리는 게 좋지 않을까 했다”고 덧붙였다.

극 말미 김지영은 카페에서 ‘맘충’이라는 폭언을 듣고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된다. 이 장면이 관심을 받고 있는 데 대해 김 감독은 “어떻게 보면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해당이 된다. 그 상황에서 지영이가 어떤 말을 해야 하는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며 “지영이가 그 말로 인해 싸우게 될지, 욕한 사람들에게 욕으로 응수할 것인가 등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고민했다. 그 ‘맘충’이라는 폭언보다 더 압도하는 말은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캐릭터가 할 수 있는 어떤, 정곡을 찌르는 말은 무엇인가 고민 하면서 대사를 썼다. 김지영 대사 버전도 굉장히 많았는데 마지막 것이 지금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지금 들려오는 말들이 감독으로서 제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다. ‘너무 위로가 됐다’ ‘내 아내, 내 딸, 우리 엄마를 생각하게 됐다’ 등 그런 말들이 너무 좋다. ‘우리가 어떻게 해봅시다’라는 것 보다는 여자든 남자든 눈 떠서 주변을 우리 엄마와 딸들도 이랬구나 보는 정도로 만족했으면 좋겠다. 그런 반응이 기뻤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희 엄마도 제게는 처음부터 엄마였기 때문에 엄마가 누군가 개인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못했다. 저희 아이도 저를 엄마로만 생각한다. 엄마가 오롯이 혼자 있을 삶을 모른다. 영화를 보시고 부모님들을 보면서 부모님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고 주변분들을 조금 더 다르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82년생 김지영’은 이날 개봉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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