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습관 키우려면… 아이가 글 깨친 후에도 책 읽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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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밀리언셀러 ‘책 먹는 여우’ 작가 프란치스카 비어만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어린이책 ‘책 먹는 여우’에 대해 “책을 너무 좋아해서 먹어치운다는 설정이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란치스카 비어만 제공
한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어린이책 ‘책 먹는 여우’에 대해 “책을 너무 좋아해서 먹어치운다는 설정이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란치스카 비어만 제공
1960, 70년대 수험생들에겐 영어 단어 사전을 뜯어 삼키며 암기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내려온다. 국내에서만 100만 부 넘게 팔린 ‘책 먹는 여우’에도 지식을 향한 필사적인 욕구가 묻어난다. 책에 대한 사랑이 넘쳐 책을 몽땅 먹어치우다가 감옥에 갇힌 여우가 작가가 되면서 결핍을 극복한다는 어린이책이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특히 한국에서 빅 히트를 쳤다. 지난해 교보문고가 꼽은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읽은 어린이 책’ 3위에 올랐다. 최근 ‘책 먹는 여우’ 4계절 편을 준비 중인 프란치스카 비어만(49)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18일 만났다. 그는 “책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돼 신기할 따름이다. 이제는 한국 친구들이 알려준 깻잎을 즐겨 먹고 김치도 담그게 됐다”고 했다.

― 이야기의 모티브는 어디서 얻었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구상하던 중 단어에서 영감을 얻었다. ‘집어삼키다’라는 뜻의 ‘verschlingen’은 책을 독파한다는 뜻이다. 두꺼운 책(‘dicker schinken’)은 햄을 뜻하기도 한다.”

― 한국에서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한국을 두 번 방문해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했다. 한국의 부모들은 교육열이 높고 아이들은 그것에 억눌려 있는 것 같았다. 책에 대한 열정을 좇다가 성공했다는 여우의 이야기가 덜 강제적으로 느껴져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 이 책을 ‘독서 교육’과 연결짓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청소년기까지 부모가 책을 읽어준다. 유아기에는 잠자기 전 부모가 동화를 읽어주다가 글을 깨친 뒤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독서한다. 여러 대목을 번갈아가며 읽기도 하고 캐릭터에 대한 담소도 나눈다. 지난 휴가 때 18세, 12세 아이들과 소설 ‘네버엔딩 스토리’를 봤다. 모험 소설을 주로 읽는다.”

― 한국 청소년들은 입시 준비로 바쁘고 여유 시간은 게임 등으로 보낸다.

“한국보다는 덜하겠지만 독일에도 입시 부담이 있다. 그래도 꾸준히 책을 읽는다. 권장 도서를 읽고 독후감을 쓰는 과목 덕분이다. 읽기를 제도화한 장치인 셈이다.”

― 도서전에서 독일이 독서 강국임을 느꼈다. 책 관련 행사를 토크쇼처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촘촘한 독서 지원 제도가 빛을 발한 것 같다. 예컨대 동화 작가가 학교를 방문해 낭독 행사를 열면 지원금을 준다. 작가와 직접 책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들은 훨씬 흥미를 보인다. 한 달에 1, 2회 초등학교에서 낭독회 행사를 한다.”

― 분홍색 브로치가 인상 깊다.

“여성주의를 지지한다는 뜻에서 달고 다니는 나만의 표시다. 성소수자, 가족, 아동학대 등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다. 늑대와 돼지가 결혼하는 것처럼 은유적인 표현을 종종 활용한다. 최근에는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보면서 환경을 꼭 한 번 다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프랑크푸르트=이설 기자 snow@donga.com
#책 먹는 여우#프란치스카 비어만#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독서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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