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아름다운 소리, 남성도 낼 수 있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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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카운터테너 이철수 씨

카운터테너의 모든 것을 담은 책 ‘카운터테너의 부활’을 쓴 국내 1호 테너 이철수 씨. 이철수 씨 제공
카운터테너의 모든 것을 담은 책 ‘카운터테너의 부활’을 쓴 국내 1호 테너 이철수 씨. 이철수 씨 제공
“카운터테너의 소리는 남성 누구나 훈련을 통해 낼 수 있는, 순수하면서도 조화로운 소리입니다.”

20년 만에 만난 ‘국내 제1호 카운터테너’ 이철수 씨(64)는 책을 들고 있었다. 1996년 대구에서 리사이틀을 열며 우리나라에 카운터테너의 고유한 매력을 처음 알렸던 그가 최근 카운터테너의 역사와 발성법, 대표 가수, 앞으로의 전망을 담은 ‘카운터테너의 부활’(책과나무·187쪽·1만8000원)을 펴냈다. 직접 작곡한 카운터테너 곡 두 곡도 실었다.

카운터테너란 여성의 소리로 여겨져 온 높은 소리를 남성이 노래하는 것을 뜻한다. 20세기 초까지 명맥이 이어진 거세(去勢) 가수 ‘카스트라토’와는 다르다.

“파리넬리로 대표된 카스트라토가 쾌락과 황홀을 가져오는 ‘디오니소스적’ 성격이었다면, 카운터테너는 절제를 덕목으로 하는 ‘아폴론적’이고 지적인 성격이 강합니다. 유럽에서 깊이를 인정받는 카운터테너가, 우리나라에서는 흥미 위주의 음악으로 취급될까 하는 걱정에서 책을 썼습니다.”

책은 성악사(史) 교재를 연상시킬 정도로 세밀하지만 쉽게 읽힌다. 카운터테너라는 말은 14세기에 처음 등장하지만 합창의 성부(聲部) 개념이었고, 16세기 초 카운터테너 솔로가 등장해 18세기에 황금기를 누렸다.

책에서 이 씨는 보통 남성 음높이와 카운터테너의 음높이를 한 노래에 함께 노래하는 ‘듀얼 테너’의 매력에 대해 설명했다. “슈베르트 가곡 ‘마왕’에는 아이를 유혹하는 마왕과 아들을 달래는 아버지가 등장하죠. 카운터테너 이동규가 마왕의 목소리는 카운터테너로, 아버지의 목소리는 바리톤으로 소화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헨델로 대표되는 바로크의 3부 형식 아리아는 특히 듀얼 테너 기법으로 놀라운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조경회사를 운영하며 ‘인생 2모작’에도 성공한 그는 지금도 대구를 중심으로 ‘듀얼 테너’ 활동을 왕성히 펼치고 있다. “카운터테너의 발성은 목에 무리를 주지 않아 잘 관리하면 오랜 활동이 가능합니다. 기존의 테너나 바리톤도 카운터테너 발성을 배우면 많은 이점을 누리게 됩니다.” 그는 더 많은 카운터테너 또는 듀얼 테너가 오랜 전통을 지닌 이 ‘신비의 소리’를 알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말을 맺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카운터테너#테너 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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