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로드숍 다 어디로 갔을까”…법정관리 or 적자늪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19일 17시 12분


코멘트

스킨푸드·토니모리·에이블씨엔씨 등 ‘적자늪’
H&B 등 신유통채널과의 경쟁서 사실상 ‘참패’

화장품 로드숍© News1
화장품 로드숍© News1
미샤, 스킨푸드, 토니모리,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케이(K)-뷰티’ 열풍을 이끌었던 로드숍 업체들이 세월의 흐름을 막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 많던 로드숍이 다 어디로 갔느냐”는 한탄이 나온다. 에이블씨엔씨와 토니모리 등 주요 로드숍 업체 실적이 적자 전환할 정도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여러 브랜드 화장품은 물론 먹거리도 판매하는 일종의 편집숍 ‘헬스앤뷰티(H&B)’ 스토어와의 경쟁에서 로드숍은 사실상 참패한 상황이다. 로드숍은 H&B 스토어와 달리 ‘원브랜드(하나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다.

◇예고된 실적부진…“한정된 파이 나눠먹는 상황”
가맹점주와 협력업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스킨푸드 채권자 단체가 21일 낮 중구 봉래동 서울역 앞에서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의 배임·횡령을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채권자 등은 “조 대표는 사기 경영 정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사과한 뒤 당장 경영권을 내려놓고 대표이사직을 사퇴하라“며 ”스킨푸드 회생절차를 담당하는 서울회생법원은 조 대표를 즉시 채권자협의회 관리인에서 해임하고 채권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2019.1.21/뉴스1 © News1
가맹점주와 협력업체 대표 등으로 구성된 스킨푸드 채권자 단체가 21일 낮 중구 봉래동 서울역 앞에서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의 배임·횡령을 의혹을 제기하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채권자 등은 “조 대표는 사기 경영 정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사과한 뒤 당장 경영권을 내려놓고 대표이사직을 사퇴하라“며 ”스킨푸드 회생절차를 담당하는 서울회생법원은 조 대표를 즉시 채권자협의회 관리인에서 해임하고 채권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2019.1.21/뉴스1 © News1

19일 에이블씨엔씨에 따르면 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이 업체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적자 전환했다. 영업손실은 190억원, 당기순손실은 11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도 3455억원으로 1년 사이 7.4% 감소했다.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결과다. 화장품 유통 대세가 로드숍에서 H&B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H&B 열풍을 노리고 중소 화장품 브랜드들이 잇달아 진출하면서 시장 경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는 내수 시장 정체 현상도 지속돼 ‘파이’는 한정됐다는 점이다. 에이블씨엔씨 등 로드숍 업체들이 기존에 확보한 파이를 신생 업체들과 나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에 에이블씨엔씨를 포함한 로드숍 업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실적 날개가 꺾였다.

화장품 로드숍 업체 토니모리도 지난해 연결기준 5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폭이 전년대비 무려 166.06% 확대됐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실적 악화 이유에 대해 “국내 오프라인 시장 경쟁심화로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 대세인 ‘편집숍’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세대 로드숍’ 스킨푸드는 법정관리…‘새옹지마’

‘1세대 로드숍 업체’로 꼽히는 스킨푸드는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 업체는 경영난에 휩싸여 가맹점주들에게 물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유통점주와 협력업체에는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스킨푸드 가맹점주·유통점주·협력업체 대표 등 채권자들은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조 대표가 한때 ‘로드숍 신화의 주인공’이라 불렸던 점을 고려하면 ‘새옹지마’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국내 최대 화장품 업체 중 한 곳인 아모레퍼시픽도 로드숍 부진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영업이익(연결기준)은 549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감소했다. 매출액은 6조782억원으로 전년보다 늘었지만 증가율이 0.8%에 그쳤다. 당기순이익도 23% 급감한 3763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증가하는 H&B숍과의 경쟁에서 밀린 점이 실적 부진 이유 중 하나다. 아모레퍼시픽조차 유통 대세인 H&B숍과의 경쟁이 힘에 부쳤던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자회사인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브랜드를 앞세워 ‘한때’ 로드숍 사업 호황을 주도했다. 아모레퍼시픽 성공 신화를 이끌었던 로드숍이 부진의 원인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인 셈이다.

◇中시장에서도 ‘고전’…“변화 따라가지 못해”

국내 로드숍 업체들은 주요 화장품 시장인 중국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편집숍 흐름이 강하게 불고 있어서다. 트렌드 전환이 급격하는 진행되는 가운데 로드숍 업체들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아모레퍼시픽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은 변화에 맞춤한 전략으로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LG생활건강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7%늘어난 1조393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4년 영업이익 5000억원 고지를 돌파한지 4년만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LG생활건강도 로드숍 ‘더 페이스샵’을 운영하고 있지만 새로운 전략을 꺼내들었다. ‘고가 화장품’으로 ‘중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이다.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해 화제가 된 ‘후’(LG생활건강 브랜드)를 통해서다. 후의 중국 매장 수는 200개에 불과하다. 유통 비용을 최소화해 수익성을 제고한 전략도 통한 것이다.

◇로드숍 불황 속 고공비행 ODM·OEM 업체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News1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News1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주문자개발생산(ODM)·주문자생산(OEM) 업체들도 고공 비행을 하고 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는 지난해 나란히 매출 1조원을 넘어서면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맥스와 한국콜마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화장품 ‘신유통’ 채널 활성화와 창업붐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H&B 스토어가 활성화하면서 ODM·OEM 업체인 두 회사의 주문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로드숍 업체의 성장을 가로막은 H&B스토어가 ODM·OEM 업체에는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