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3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 시작… 조선 선비의 ‘時테크’ 엿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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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선비가 쓴 지침서 ‘일용지결’… 박동욱 한양대 교수가 최근 번역


“배우는 사람은 날마다 12시간 동안 공부하지 않을 때가 없으니, 모름지기 하나하나 점검하여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

1880년 경북 안동의 선비 윤최식(尹最植)은 저서 ‘일용지결(日用指訣)’에서 계획적인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 책은 하루를 2시간 간격으로 나눠 시간대별로 해야 할 세부적인 일과를 제시한 일종의 ‘생활지침서’다. 최근 박동욱 한양대 교수가 완역한 일용지결(한국국학진흥원·사진)을 통해 조선시대 선비의 하루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선비들은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었다. 인시(寅時·오전 3∼5시)에 기상한 뒤 간단히 세수를 마치고, 의복을 챙겨 입는 것으로 하루를 출발했다. 선비의 삶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효(孝)와 독서. 부모님께 새벽 문안을 드리고 사당에 알현한다. 집안사람들을 모아놓고 오늘 처리할 업무를 지시한 뒤 글방에 들어가 책을 읽는 본격적인 일상을 시작한다.

하루 종일 책만 읽는다면 금세 지치기 마련. “모름지기 일용하는 사이에 그림과 화초를 구경하고, 시내와 산에서 물고기가 놀고 새가 우는 것을 즐기며 늘 순조로운 경지에 있게 해야 한다”는 구절은 여유를 잊은 현재 한국사회에도 울림을 준다.

박동욱 교수는 “하루라는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종의 조선시대판 ‘시(時)테크’라고 볼 수 있다”며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럽게 대하기를 권면하는 내용도 눈여겨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안동 선비#일용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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