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게 어떻게 다른 여자가…”

  • 입력 2008년 5월 7일 08시 05분


MBC ‘우리들의 해피 엔딩’…아이의 눈으로 불륜 바라봐

요즘 드라마는 두 가지로 나뉜다. 불륜이 등장하는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드라마다.

7일과 8일 이틀간 밤 9시 55분에 방송하는 MBC 가정의 달 특집 2부작 ‘우리들의 해피 엔딩’(극본 여지나·연출 노도철)은 가족의 소중함을 다룬 드라마이다. 주제상으로는 전자에 속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한 방법으로 불륜을 택했다.

결혼생활 15년을 넘긴 부부 강중기(박상면)와 윤자영(도지원)은 일명 ‘가면부부’다. 이들의 침실에는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부부관계를 맺은 지도 7년이나 지났다. 속사정은 우울하지만 일가친척과 이웃 앞에서는 여느 잉꼬부부 못지않다. 그러다가 타인의 시선이 걷히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의 사이는 싸늘해진다. 급기야 고깃집을 운영하는 중기가 13살이나 어린 종업원과 불륜을 저지르면서 부부는 위기에 빠진다.

흔하디 흔한 설정이지만 ‘우리들의 해피 엔딩’이 여느 불륜 드라마와의 차별화를 선언하는 지점은 아이의 눈으로 부부의 위기를 살피는 부분이다. 가정을 파괴하는 불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부부가 아닌 아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우리들의 해피 엔딩’에 등장하는 14살 딸 강미나(남지현)는 예술중학교에 다니는 예비 발레리나. 국립발레단 출신의 극성스런 엄마의 성화에 발레를 시작했지만 발레리나가 자신의 꿈인지, 엄마의 꿈인지 헛갈리는 사춘기 소녀다. 부모의 냉랭한 감정을 전혀 모르고 사랑을 받던 미나는 아빠에게 엄마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방황을 시작한다. 딸만 바라보던 부모도 고민에 빠진다.

제작진은 “아이에게 부모의 불륜은 배신이며 부모의 불화는 위기상황이다”면서 “아이의 감정을 개입시키고 아이의 시선으로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의 눈으로 부모의 불륜을 바라보는 설정이 다소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연출을 맡은 노도철 PD의 남다른 연출 이력은 기대를 걸게 한다.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와 ‘안녕 프란체스카’, ‘소울 메이트’로 감각을 인정받은 노 PD가 처음 정극에 도전한 드라마가 바로 ‘우리들의 해피 엔딩’이다. 극본을 쓴 여지나 작가 역시 영화 ‘시월애’와 드라마 ‘9회말 2아웃’으로 따뜻한 감성을 표현한 바 있어 색다른 가정 드라마를 예고하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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