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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손효림]혐오시설의 매혹적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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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손효림]혐오시설의 매혹적 변신

동아일보입력 2014-01-13 03:00수정 2014-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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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 석유비축기지’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뀐다. 서울시는 석유저장탱크를 재활용해 전시·체험 시설을 만들고 주차장에는 영상문화콤플렉스를 건립한다. 1979년 지은 석유비축기지는 전체 면적이 14만6245m²로 서울광장의 11배다. 2000년에 용도 폐기돼 군사시설로 관리됐다. 수돗물 정수장을 생태공원으로 재활용한 영등포구 선유도 공원, 쓰레기매립지에 들어선 마포구 노을공원, 하늘공원과 더불어 ‘혐오시설’에서 변신한 또 다른 문화공간이 생기게 됐다.

▷영국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흉물로 방치됐던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내부는 현대적인 시설로 개조됐지만 외관은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과 굴뚝 등 원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이곳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 보면 산업혁명 당시의 역사적 정취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건물 자체를 감상하기 위해 이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스페인 세비야대학은 과거 담배공장이었다. 노동자들이 담뱃잎을 말며 고단한 노동을 하던 곳이 학문을 연구하는 터전으로 바뀐 것이다. 담배공장은 오페라 ‘카르멘’의 무대가 된 곳이다. 담배공장 보초를 서던 돈 호세는 이곳에서 일하는 카르멘과 마주쳐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진다. 고풍스럽고 웅장한 베이지색 건물들이 들어선 세비야대는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오페라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미국 뉴욕의 ‘더 하이라인’은 폐허였던 고가 철도에 나무와 잔디를 심어 생태공원으로 변신했다. ‘더 하이라인’이 있는 첼시 지역은 오래된 공장과 창고를 그대로 활용해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 태어났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첼시 지역은 뉴욕의 명소가 됐다. 시간의 향기가 스며있는 공간에 문화적 색채가 더해지면 매혹적인 곳으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 세월의 더께가 쌓인 공간은 새로 지은 시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아늑한 정취를 자아낸다. 한국에서도 이런 공간이 늘어난다면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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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문화부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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