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손효림]스토리가 있는 호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푸시킨 플라자’가 선을 보였다. 옛 ‘코스몰로지 플라자’에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상을 세우고 이름을 ‘푸시킨 플라자’로 바꾼 것이다. 왼손에 책을, 오른손에 펜을 든 푸시킨 동상은 러시아작가동맹이 고려대에 선물한 것으로 롯데호텔이 장소를 제공했다. 롯데호텔은 첫 해외 진출로 2010년 모스크바에 롯데호텔모스크바를 운영하면서 러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푸시킨 동상 제막식에 참석했다.

▷터키 이스탄불의 페라팰리스호텔은 추리 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묵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크리스티는 이 호텔 411호에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썼다. 411호는 지금도 크리스티가 썼던 그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밝고 중후한 이 호텔은 크리스티가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종착역이던 이스탄불 시르케지역에 도착한 후 이 호텔로 발걸음을 옮기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오스트리아 빈의 임피리얼호텔은 바그너가 좋아했던 호텔이다. 바그너는 1875년 이 호텔에 두 달간 머물면서 ‘탄호이저’와 ‘로엔그린’ 공연을 준비했다. 투숙객들은 밤낮으로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짜증을 냈지만 나중에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바그너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오히려 피아노 소리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 호텔에는 바그너가 머물렀던 것을 기념하는 명판이 붙어 있다.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나니(후략).’ ‘푸시킨 플라자’의 푸시킨 동상 앞에는 그를 사랑하는 러시아인들의 꽃다발이 끊이지 않는다. 영국의 저명한 문필가인 조지 버나드 쇼는 “호텔의 큰 이익은 가정생활의 피신처가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호텔에는 ‘일상’을 잊게 해 주는 그 무언가가 있다. 스토리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손효림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