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소수파 강세[횡설수설/김영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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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출연해 국내에도 알려진 미국 ABC방송의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멀쇼’는 지난해 4월 일반 시민들이 한 정치인의 이름을 힘들게 발음하는 모습을 모아 소개했다. 뷰터지즈, 뷰터가이그, 부트에그, 벗에기에그…. 사람들은 ‘Buttigieg’라는 이름을 제각각 발음했다. 이름의 주인공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피트 부티지지(38). 아버지의 출신국인 몰타에선 ‘닭의 주인’이라는 뜻인데, 대표적인 성(姓)의 하나다.

▷부티지지는 지난주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9)을 간발의 차이로 앞서며 1위를 차지해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어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는 샌더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샌더스와 부티지지 두 사람이 경선 레이스 초반 선두권을 굳히는 양상인 것이다.

▷부티지지는 동성결혼을 한 LGBT(성소수자)다. 게이 파트너를 둔 그가 아이오와 연설에서 결혼반지를 내보인 것은 그래서 상징성이 크다. 경력은 인디애나주에 있는 인구 10만 남짓의 소도시 사우스벤드 시장이 유일하다. 첫 재임 때인 2014년 회계감사관에게 시장 대행을 맡기고 7개월간 아프가니스탄 파병 근무를 했다. 시장으로서는 1000일간 버려진 집 1000곳을 수리하거나 철거하는 ‘버려진 집 구상’으로 환경을 정비했고, 재선 후엔 저소득층이 이런 집에 살 수 있게 정책을 보완했다. 만약 민주당 후보에 지명되면 그는 최연소 대통령에 도전하며, 최초의 LGBT 미국 대통령 후보가 된다.

▷샌더스는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비주류의 상징이다. 무소속으로 시작해 2015년 11월 뒤늦게 민주당에 입당한 그는 2016년 대선 초반에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위협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에도 국가 운용 단일 건강보험제도 도입, 대학 무상교육, 부유세 강화 등 진보적 공약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는 강한 좌파 성향인 샌더스나 성소수자인 부티지지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승부를 위해선 중도온건 후보가 필요하다는 표심이 여성 검사 출신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60)을 하위권에서 3위로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영 내 선택의 시기엔 젊고 신선하거나 개혁을 이끌 후보가 어필하지만 본선에선 극단에 치우치지 않은 보편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후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에 열려 있어 젊고 개혁적인 뉴페이스가 언제든 경쟁에 뛰어들어 비상할 수 있는 정당 분위기, 그런 신진을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고 분열을 막아주는 ‘선배’ 정치인의 헌신이 뉴리더를 만들어내는 토양이 아닐까.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
#미국 대선#피트 부티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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