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헌혈·무료급식 중단, 어린이집 휴원… 日常마비에 취약층 직격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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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어제 16명으로 늘어나면서 ‘신종 코로나 공포’가 우리 사회를 멈춰 세우고 있다. 내수, 수출, 관광이 동시에 위축되며 경제가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어린이집, 요양시설 등 돌봄 시스템에도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단체 헌혈이 급감해 혈액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

3일부터 전국 어린이집 3만7000여 곳의 약 10%가 휴원에 돌입했다. 맞벌이부모, 한부모들은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유치원, 초중고교도 단축수업 및 휴업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 긴급 보육이나 아이 돌보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폭증하는 돌봄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집단생활을 하는 시설보다 집에서 돌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맞벌이 부모 근로자에 대해 재택근무를 허용하거나 돌봄휴가를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권장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국가적 재난이 닥치면 취약계층이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된다. 정부는 어제 다중이용시설·복지시설 직원의 14일간 한시적 업무 배제 기준을 중국 후베이(湖北)성을 다녀온 직원에서 중국 전역을 다녀온 직원으로 확대했다. 재중동포가 일하는 요양시설에 돌봄 공백이 생기고 있다. 복지관 휴관으로 노인이나 장애인이 갈 곳이 없어졌다. 배식과 식사 보조를 하던 자원봉사자가 줄어든 무료급식소가 줄줄이 문을 닫아 당장 홀몸노인이나 노숙인은 밥을 굶게 될 처지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저소득층 아이들에 대한 급식이 끊기므로 별도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우한 폐렴 전파 차단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지만 사회안전망 붕괴로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

마스크 값 폭등으로 마스크조차 사기 부담스러운 취약계층은 사회안전망의 보호도 받지 못하면 감염병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방역대책에 자원이 총동원된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미뤄둘 것이 아니라 재택근무·돌봄휴가 확대 시행, 돌봄인력과 예산 투입, 마스크·손세정제 안정적 공급 등 범정부적 대응을 통해 국민의 일상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 정부가 민생을 세심하게 돌보는 실력을 보여 달라.
#코로나 공포#돌봄 공백#어린이집 휴원#마스크 값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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