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장치 보석 통한 인권보호[기고/김오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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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우리나라 전체 범죄는 지난 10년 동안 약 17% 감소했다. 반면 교정시설 수용자는 같은 기간 약 23% 늘었다. 특히 미결구금이 약 2만 명으로 40%가량 증가해 큰 문제다. 미결구금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하고, 가족들의 생계를 위협하므로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형사소송법 역시 피고인이 보석을 신청하면 원칙적으로 허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보석으로 석방되는 비율은 약 4%에 불과하다.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이 약 30∼40%를 보석으로 석방하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 하지만 보석 허가율을 쉽게 높일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구속 재판이 국민 법감정과 부합했고, 석방 후 관리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보석 확대가 보증금 납입이 유리한 일부 부유층에 치우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강력범죄자 관리에서 효과성이 입증된 전자감독을 보석에 활용하면 이러한 난점을 해소할 수 있다.

첫째, 전자감독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므로 단순 보석에 비해 처벌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 도주와 증거인멸의 위험성이 낮으며, 별도의 보증금을 부과하는 조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둘째, 국가 예산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과밀 수용을 완화할 수 있다. 전체 미결구금의 4분의 1가량인 5000명에 대해 추가로 보석을 허용하면 예산이 연간 약 1250억 원 절감돼 교도소 5개를 증설하는 효과가 생긴다. 셋째, 재판 과정에서 범죄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을 촉진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재범을 조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0여 개국에서 전자감독을 보석 등 미결구금의 대체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9월부터 노모 부양, 자녀 양육 등의 사정이 있는 6명을 전자감독을 조건으로 보석하여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형사소송법으로도 전자감독을 조건으로 보석을 실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흉악범죄가 연상되는 전자감독을 보석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자칫 인권침해적 조치로 비칠 수 있다. 이에 따라 명확한 절차와 근거를 담은 전자장치부착법 개정과 함께 종전보다 작고 가벼운 ‘스마트워치형 전자팔찌’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이 조속히 활성화돼 피고인 인권 보호, 철저한 보석 조건 관리, 예산 절감 및 과밀수용 완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김오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범죄#전자감독#보석#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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