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회문화 교류, 의미는 좋지만…성과 낼 수 있는 것부터 한 걸음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1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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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한 카디르 터키 출신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아이한 카디르 터키 출신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2017년은 북한의 수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협박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던 해였다. 이듬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재개되고 나서 지난 2년 간 몇 차례 남북, 남미 정상회담 및 남북 사회문화 교류가 진행되었다.

한국에서 남북 민간 사회문화 교류가 가능하게 된 시점은 노태우 정부다. 7·7선언 이후 남북 민간 접촉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으로 가능해졌다. 민간교류는 실질적으로 김대중 대통령 임기 때 활발해졌다. 김대중 정부는 남북 관계에 있어서 사회문화 교류의 의미를 ‘대북접근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2000년 통일백서에서 사회문화 교류를 ‘북한이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남북간 행사’라고 본 것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이유로 남북 관계에 있어 사회문화 교류를 강조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2023년 여자 축구 월드컵, 2030년 남자 축구 월드컵, 2032년 하계 올림픽까지 남북 공동유치를 추진하고자 제안했다. 김대중 정부와 비슷하게 대북접근을 다변화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성에 기여하려는 의지는 좋다. 다만 2013년 통일백서에 나온 이 경고는 아직도 이의가 있다.

‘남북 간 대화에 있어서도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남북대화를 위해서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남북 사회문화 교류를 핵문제와 상관없이 항상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쉬운 것부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은 것부터, 민간 대 민간 접촉을 늘리는 것부터,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부터 한 걸음 한 걸음 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여자 축구 월드컵, 남자 축구 월드컵, 하계 올림픽 모두 다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 모르겠다. 평창올림픽 비용이 아직도 문제인 점을 감안할 때 이 중에 어느 행사가 추진하기 더 적당할 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남한은 시설이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어 비용이 덜 들어갈 것이라 예상을 하더라도 북한 시설은 어느 비용으로 누가 책임을 질 건지 불확실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축구협회도 2030년 남자 축구 월드컵은 남북한과 일본, 중국 공동개최로 추진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비용이나 정치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남북 공동개최보다 나은 대안이다. 다만 이 제안을 중국과 일본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중국은 2034년 월드컵 단독 개최 신청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일본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의 많은 어려움 때문에 다시 해 보고 싶을지, 특히 한일 사이가 나빠진 요즘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한반도에서는 2년 이후도 계획하기에 긴 기간인데 문재인 정부 임기 이후인 2023, 2030, 2032년은 먼 미래여서 불확실성이 많다는 점이다. 준비가 어느 정도 된 후 북한 혹은 남한에 들어서는 새로운 정부가 행사를 개최하고 싶지 않다고 번복하면 어떻게 되나? 그 책임을 누가 져야할 지 우려스럽다. 기대하는 만큼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공동개최 그 자체보다 공동개최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이 목표라면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제프리 코완(Geoffrey Cowan) 교수와 아멜리아 아르세노(Amelia Arsenault) 교수가 이야기하듯 무엇을 위해 협력하든 간에 협력하는 과정이 가장 효율적인 공공외교라 볼 수 있다. 안 그래도 많은 불확실성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축구연맹(FIFA)도 남북 공동개최를 받아들이기는 불가능 할 것 같다.

더 많은 노력을 공동개최 보다 더 효율적이고 비용이 덜 들, 남북 민간들이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협력하는 사회문화 교류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북한 측도 문재인 정부만큼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에 대한 대화를 진지하게 여긴다면 청년 교류를 포함한 민간교류를 쉽게 받아들일 것 같다. 만일 남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남북 교류를 추진하는 반면 북한이 남북 민간 접촉을 제한한다면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아이한 카디르 터키 출신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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