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책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동아광장/최종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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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막고 신도시 짓겠다는 정부, 인구감소 닥치면 ‘유령 도시’ 우려
빈집 늘어가는 일본 선례 따라가나…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시각 바꿔야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그동안의 하락세가 멈추면서 거래량도 늘고 있다. 정부는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확산되면 분양가 규제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정부는 일부 서울 강남의 새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자 강력한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재산세를 중과하고 주택 구입 금융지원을 대폭 축소하며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강화했다. 아울러 서울 외곽에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정책은 과거에도 흔히 추진하던 정책이었는데 현 시점에서 과연 적절한 것인가. 우선 현재의 주택 문제는 전반적으로 주택이 부족해 발생한 것이 아니고 양질의 새 아파트 공급이 적어 국지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가격이 오르는 것은 주거요건이 좋은 신축 아파트와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다. 일산 등 서울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 아파트나 낡은 아파트, 빌라 등은 여전히 가격이 침체된 상태다. 양질의 새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소득 증가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비해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의 교통과 주거요건을 개선해 강남 등 일부 지역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키고 신규 공급을 늘려야 한다. 예컨대 일산, 용인 등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건설해 서울 도심에 30분 이내로 진입할 수 있도록 교통여건을 개선하면 굳이 비싼 강남 아파트에만 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강남 등 수요가 많은 도심 지역에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공급이 대폭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재개발, 재건축이 투기를 유발한다고 오히려 억제하고 있다. 도심 지역에 빈 땅이 없는 현실에서 아파트 공급 증대를 위해서는 용적률을 높여 노후 주택을 재건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재건축 과정에서 주택 소유자가 어느 정도 혜택을 보는 것은 필요하다. 토지의 용적률이 높아져 토지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소유주에게 인센티브가 없으면 누가 재건축을 하겠는가. 재개발, 재건축은 도시의 경쟁력 제고, 주택 공급 증가로 사회 전체의 이익이 되니 필요하다. 재건축으로 인한 소유자의 과도한 이익은 개발 부담금 등으로 일정 부분 회수하면 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잘못을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멀쩡한 빌딩을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것은 규제를 안 하는데 몇십 년 된 낡고 불편한 아파트 재건축은 왜 못 하게 하는가.

공급대책으로 추진하는 신도시 건설도 미래에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 과거 인구가 증가하고 주택 수요가 급증할 때는 단기간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기 위해 신도시 건설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현재는 경제여건이 그때와는 다르다. 분당 등 5대 신도시를 추진하던 1980년대 말 주택보급률이 70% 수준이었던 데 비해 2017년 주택보급률은 전국 103%, 수도권 98%다. 15∼64세 경제활동인구는 이미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총인구도 2029년부터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지적으로 양질의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것 외에 전체적으로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다고 본다.

향후 재건축 정책에 따라 시차는 있을 것이나 결과적으로 도심의 낡은 집들 대부분은 재건축되고, 그 결과 도심의 주택 공급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늘어나는 주택의 대부분은 외곽의 주민들이 입주하게 될 것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 이 경우 신도시는 공동화(空洞化)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본의 경우 많은 신도시가 고령화 등으로 공동화되고 있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빈집이 전체 주택의 13% 정도 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추세를 보이는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신도시 일부는 공동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인프라가 잘되어 있고 수요가 많은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은 억제하고 막대한 신규 투자가 소요되고 공동화할 가능성이 큰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아파트 분양가 규제도 신중해야 한다. 무리한 분양가 규제는 현재 수요가 큰 양질의 아파트 공급을 억제한다. 신규 분양가를 규제해도 전체 양질의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면 아파트 가격은 상승한다. 또한 시세보다 저렴한 새 아파트는 엄청난 투기를 촉발할 것이다. 아파트 가격도 다른 상품과 같이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결정된다. 분양가와 재개발, 재건축을 규제해 공급을 억제한다고 가격이 안정될 수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주택정책#gtx#아파트 분양가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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