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필리포스의 개혁[임용한의 전쟁史]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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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의 왕 필리포스 2세는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부친의 왕위는 형이 계승하게 되어 있었고, 막내는 소년 시절 그리스 도시 국가 테베에 인질로 잡혀 있었다. 테베가 스파르타를 제치고 그리스의 패자로 떠오르던 시절이었다. 필리포스는 20세가 될 무렵 형이 전사하는 바람에 국왕으로 즉위했다. 왕이 된 그는 마케도니아군의 개혁에 착수한다. 앞으로 한 세대 동안 세상을 호령하게 되는 무적의 군대가 그의 손에서 조련되었다.

마케도니아군은 그리스군 일반 보병보다 거의 2배나 되는 긴 창을 들었다. 긴 창은 두 손으로 파지해야 했다. 그러자니 방패를 들 손이 없으므로, 방패를 작게 만들어 팔에 걸었다. 장창은 위력적이지만 무겁고 조작이 힘들어서 정예 중의 정예 병사를 선발해 1년 이상 강도 높은 훈련을 받게 해야 했다. 필리포스는 장창병을 육성하면서 정예병, 강군이란 어떤 병사이고 어떤 병사가 되어야 하는가도 깨달았던 것 같다. 그는 마케도니아 산악지대를 점령하고 양치기들을 병사로 모았다. 그들은 추위와 더위를 이겨내고, 거칠고 험한 잠자리와 힘든 행군을 버텨냈다. 좋게 말하자면 강력한 성취욕을 가진 병사들이었다.

이 군대로 필리포스는 테베를 제압하고 전 그리스의 패자가 되었다. 이어서 그는 페르시아 원정을 준비했지만, 암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는 부친의 군대를 물려받아 페르시아를 정복했다.

필리포스의 개혁은 그가 혼자 창안한 것이 아니다. 테베에서 인질 생활을 하는 동안 테베가 수합한 새로운 전술을 배웠다. 그중 어떤 것은 훨씬 전에 아테네, 스파르타의 장군들이 고안한 것이었다. 필리포스가 알아차린 부분은 그리스인들이 새로운 군대의 가치를 모르거나 적극적으로 양성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늘 하는 말이지만 어떤 천재적인 발명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백지상태에서 태어나는 법은 없다. 무언가의 탄생에는 그것을 낳게 한 앞선 무언가가 있는 법이다. 천재 또는 혁신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조물주가 아니라 그 무언가를 먼저 보는 통찰자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필리포스#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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