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쥔 김정은 “中과 담쌓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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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ICBM 발사” 공식 확인… 중국 통한 北통제 계획 꼬여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 아냐”… 문재인 대통령 ‘한미 무력시위’ 지시
트럼프 “먼저 제안해줘 고맙다”

한미 첫 ‘미사일 시위’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5일 한미 양국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군은 사거리 300km의 현무-2A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왼쪽 사진), 주한미군은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로 북한을 위협했다. 합참 제공
한미 첫 ‘미사일 시위’ 전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해 5일 한미 양국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지휘부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군은 사거리 300km의 현무-2A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왼쪽 사진), 주한미군은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로 북한을 위협했다. 합참 제공

북한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전 방북한 미국 언론계 인사들에게 “우리는 중국과 담을 쌓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미국과 손잡고 우리를 압박한 중국을 더 이상 믿기 어렵다. 러시아와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언론계 인사들은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직접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압박 시도가 먹히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석유 공급을 비롯해 북한의 숨통을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의 대북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경고로 풀이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 이 난센스 같은 상황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출국하기 직전 트위터에 “중국이 우리와 일하는 건 이걸로 충분하다(So much for China working with us). 하지만 시도는 했어야 했다!”고 적었다. 중국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거듭 압박한 모양새다. 청와대도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고, 궁극적으로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중국이 북한의 돌출행동을 우려해 제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 북핵 해법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화성-14형’의 발사를 통해 미사일 탄두부의 대기권 재진입 및 단 분리 기술 등 ICBM의 핵심 기술 시험에 성공을 거뒀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열고 화성-14형이 ICBM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밤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며 한미 연합 무력시위를 지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먼저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며 동의했다. 한미 양국 군은 동해상에서 현무-2A 탄도미사일과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을 발사해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지휘부를 동시 타격하는 훈련을 했다. 북한의 도발이 ‘레드라인’을 넘으면 행동으로 응징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미군은 북한에 대한 경고 차원으로 괌 앤더슨 기지에 있는 전략폭격기 B-1B(일명 ‘죽음의 백조’) 2대를 7일 한반도에 출격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출국 전 ‘무력시위’를 지시했던 문 대통령은 독일에 도착해 첫 일정으로 동포간담회를 갖고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힘을 실어 달라”고 말했다. 강력한 대북 압박과 함께 대화의 끈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베를린=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한상준 기자
#북한#icbm#미사일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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