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시간 쪽잠에도… 간호사 300명 “최전선 지킬것” 자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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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잡을 수 있다/의료현장 사투]거점병원 국립중앙의료원 르포

긴장 흐르는 병동… 음압병실 마련 한창 국립중앙의료원 격리병상 병동에서는 감염을 막기 위해 전신 보호복으로 중무장한 의료진과 메르스 바이러스 간 전쟁이 한창이다(위쪽). 메르스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 병원에서는 일반 병실에 음압기를 설치해 격리병상으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긴장 흐르는 병동… 음압병실 마련 한창 국립중앙의료원 격리병상 병동에서는 감염을 막기 위해 전신 보호복으로 중무장한 의료진과 메르스 바이러스 간 전쟁이 한창이다(위쪽). 메르스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 병원에서는 일반 병실에 음압기를 설치해 격리병상으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가지정 격리병상.’

대형 유리문에 선명하게 적힌 빨간색 글씨. 유리문 너머 풍경은 평범한 병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병실 20여 개가 있는 병동 복도에서는 일반 병원처럼 환자복을 입은 환자들과 방문객, 가족들 대신 흡사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온몸을 감싼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의 모습만 보였다. 한산하다 못해 적막감마저 느껴지는 병원 복도에서 보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무엇인가 심각하게 의논하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9일 오후 현장을 안내해준 안명옥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여기까지가 일반 복장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클린존(Clean Zone·오염되지 않은 구역)’”이라며 “유리문 너머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의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쟁터로, 꼭 전신 보호복을 입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음압 격리병상 확충작업 한창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 신관 8층은 지난달 20일부터 전쟁터가 됐다. 음압 장치(공기 중 미세입자를 빨아들여 바이러스 등을 없애주는 기기)가 설치돼 있는 격리병상들이 모여 있는 이 병동에서 11명(사망자 2명, 퇴원자 1명 포함)의 메르스 환자가 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내 최초의 메르스 감염자(1번 환자)와 최초 퇴원자(2번 환자)도 포함돼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메르스 중앙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앞으로도 확진 판정을 받는 환자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당초 예상보다 환자가 늘면서 ‘메르스와의 전쟁 준비’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현재 17개뿐인 격리병상만으로는 환자 수용 및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병원 6, 7층에서는 마스크를 쓴 의료진과 기술자들이 원래 일반 병실이었던 공간을 격리병상으로 바꾸고 있었다. 병실마다 음압기와 환기통이 설치되고 있었고 △보호복 △약 △주사기 △마스크 △장갑 같은 의료자재를 담은 상자들이 복도에 가득했다.

7층 현장에서 의료자재들을 정리하던 한 간호사는 “이번 주 후반에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환자들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들었다”며 “의료진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6, 7층에는 총 18개 격리병상이 새로 설치될 예정이다.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고 3주 뒤 원래 있던 격리병상(17개)만큼 격리병상이 늘어나는 것이다.

○ 의료진 모두 전신 보호복 착용

현재 격리병상에는 의사 17명, 간호사 40명이 투입됐다. 당초 예상보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의료진이 느끼는 피로감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메르스 담당 의료진이 가장 우려하는 건 호흡곤란이나 산소포화도 하락을 경험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점. 일단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질 수 있고 기관삽관(목구멍에 인공호흡 장치를 설치하는 시술)이나 에크모(혈액을 체외로 보내 산소를 공급해 주는 기계) 설치 과정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많은 환자의 체액이나 혈액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가연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의사는 “에볼라 치료 때 입는 레벨 C등급 전신 보호복을 착용하는 등 안전에 철저히 신경 쓰고 있지만 환자의 체액이나 혈액에 노출되는 시술을 할 때는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윤영 감염관리 전문간호사는 “증세가 심한 환자를 돌본 뒤 보호복을 벗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많이 돼 손이 떨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병원 측이 간호사 300여 명을 대상으로 메르스 환자를 담당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1명 빼고 모두 ‘담당하겠다’고 답했다. 안 원장은 “의료진이 ‘메르스는 우리 병원이 책임진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는 데다 확진환자 치료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 계속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세형 turtle@donga.com·이샘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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