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건물에 ‘수학’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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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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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석등-삼각형의 무게중심, 경복궁 근정전-금강비례, 부석사 무량수전-황금나선

불국사의 석등은 대웅전, 다보탑, 석가탑이 이루는 삼각형의 무게중심에 있다.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은 정사각형 구조로 대각선 길이로 원을 그리면 근정전과 맞닿는다. 1.414  1의 금강비례로 이뤄진 셈이다.부석사 무량수전의 불단 배치에서는 자연의 모습을 본뜬 황금나선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불국사의 석등은 대웅전, 다보탑, 석가탑이 이루는 삼각형의 무게중심에 있다.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은 정사각형 구조로 대각선 길이로 원을 그리면 근정전과 맞닿는다. 1.414 1의 금강비례로 이뤄진 셈이다.부석사 무량수전의 불단 배치에서는 자연의 모습을 본뜬 황금나선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제공 문화재청
추석 연휴에는 한복을 입고 고궁 등 전통 유적지를 찾는 사람이 많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전통놀이 등 흥미로운 행사도 많아서다. 사람들은 보통 고궁, 고찰 등 전통적인 건축물에 들어서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을 때 수학적인 비례를 활용해 안정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본보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불국사, 경복궁 근정전, 부석사 무량수전을 분석했다. 전통 건축물이 실제로 수학적으로 설계됐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 불국사 무게중심에 ‘석등’ 위치

경주 불국사의 대웅전 앞마당에 다보탑, 삼층석탑(석가탑)이 있다. 이 세 건축물을 선으로 이으면 정삼각형이 그려진다. 이 정삼각형의 각 꼭짓점에서 마주보는 변의 가운데를 향해 선을 그리면, 세 선분이 만나는 점이 생긴다. 이 점은 각 선분을 2 대 1로 나누는 지점으로 삼각형의 ‘무게중심’이라 한다. 그리고 이 자리에 ‘석등’이 서있다. 동아사이언스 수학동아팀은 도면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석등이 절마당의 가운데 위치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상징적인 중심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정확히 계산된 무게중심이라는 점은 새로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보탑과 삼층석탑에 비해 눈길을 받지 못했던 석등이 불국사 대웅전 앞뜰의 중심 역할을 했던 것이다.

○ 경복궁 근정전은 기하학 교과서

세종대왕이 정사를 논하던 경복궁 근정전은 ‘금강비례’를 갖추고 있다. ‘황금비례’가 안정감을 준다면 금강비례는 여유가 느껴지는 수학적 비례로 가로 대 세로 비가 √2(=1.414) 대 1이다. 근정전은 바깥기둥을 기준으로 가로 30.2m, 세로 21.1m로 1.43 대 1의 비율로 √2 비율과 유사하다.

수학적 비례 들어맞아 안정감 있고 편안해,황금나선에선 불교 윤회사상 느낄수 있어

근정전은 두개의 단 위에 올려져 있는데, 아랫단 앞의 광장은 정사각형이다. 정사각형의 한 점에서 대각선 길이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리면 근정전 건물 앞부분에 닿는다. 이 대각선의 길이는 정사각형과 √2 비례관계를 보인다. 근정전의 위치가 근정전 일곽(一廓)과 금강비례를 이룬다는 뜻이다. 박언곤 문화재청 건축문화재 분과위원장은 “우리의 고궁은 이러한 비례의 특성이 잘 나타나도록 설계됐으며 시대에 따라 독특한 수학적 비례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 부석사 무량수전의 황금나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로 꼽히는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은 아름다운 비례로 유명하다. 외부가 가로 61.9자(고려시대의 1자=32.21cm), 세로 38.2자로 직사각형인 무량수전은 황금비례(1.62 대 1)를 이룬다.

무량수전 내부는 더욱 정교하다. 직사각형인 무량수전을 정사각형과 작은 직사각형으로 나누는 위치에 불단이 있다. 불단의 앞을 이은 선과 무량수전의 대각선이 만나는 점은 작은 직사각형을 더 작은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으로 나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직사각형이 점점 작아지면서 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각 직사각형의 한 점을 이으면 ‘황금나선’이 나온다. 황금나선은 나팔꽃의 가지가 뻗어가는 모습이나 숫양의 뿔과 같이 자연 속에서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다. 올해 6월 작고한 송민구 송건축사무소 대표는 ‘한국의 옛 조형의미’라는 저서에서 “조상들은 자연의 모습을 무량수전에 그대로 본떠 놓았다”며 “이 안에서 끝없이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불교의 윤회사상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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