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인구와 기후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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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아이 울음소리보다 커진 곡소리… 3개월 연속 인구 자연감소.’ 지난달 모 언론의 보도 제목이다. 통계청이 2020년 1월 인구동향을 발표했는데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가 50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망자는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통계청은 “올해가 연간으로 처음 인구가 자연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가끔 생뚱맞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과연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일까.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었던 영화 ‘킹스맨’은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기후변화가 심각해진다는 배경을 깔고 있다. 기후변화는 슈퍼 태풍, 가뭄, 홍수 등의 기상 재앙과 식량난, 전염병 창궐, 극심한 환경 파괴를 부른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악당 ‘발렌타인’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사람을 대량으로 없애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다. 영화처럼 사람을 대량으로 죽이면 이산화탄소는 감소하고 기후변화의 위험성은 줄어드는 걸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다. 인류의 역사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가장 낮았던 때가 칭기즈칸의 정복전쟁 때와 14세기의 흑사병 때이다. 당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졌다.

“기후와 환경 변화로 수억 명이 가뭄과 홍수, 극심한 더위와 빈곤의 위험에 빠질 수 있고, 재앙적인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기간은 단 11년밖에 남지 않았다.” 2018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보고서 내용이다. 이 보고서를 보고 출산을 거부하자는 운동을 벌이기로 결심한 여인이 있다. 영국에서 ‘출산파업(Birth Strike)’ 운동을 이끄는 사회운동가 블라이스 페피노이다. “지금은 기후 비상사태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한 살기 힘든 환경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재앙 직전의 세계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가”라며 출산파업 운동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기후변화로 멸망의 길에 접어든 지구를 구하기 위해선 여성 1인당 0.5명의 아기를 낳는 수준으로 출산율을 낮춰야 합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트래비스 리더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기후변화로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4도 이상 오르면 인간이 거의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고 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들의 대형 차, 고급 음식, 의복 등을 향유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사람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자고 주장한다. 인구를 줄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가 크고 비교적 쉬운 이산화탄소 저감 방법이라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탄소 저감 이노베이션 등의 모든 방법을 사용해도 미국인 1명이 전 생애에 걸쳐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 총량은 488t입니다. 그러나 아이 한 명을 덜 낳으면 9441t을 줄일 수 있습니다.” 사람 하나 안 낳는 것이 무려 20배나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페피노나 리더 교수의 말에 이론적으로는 동감한다. 그럼에도 나는 주례를 설 때마다 신혼부부에게 아이를 둘 이상 낳으라고 권면한다. 이러다가 한국인이 지구에서 사라질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한국기상협회 이사장
#출산율#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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