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자체들의 재난관리기금 이용한 현금 살포 도 넘은 것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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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의 4인 가족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시로부터 160만 원, 도와 중앙정부로부터 120만 원 등 총 280만 원을 받는다. 화성시의 4인 가족은 시 지원금 80만 원 등 200만 원을, 성남시의 4인 가족은 시 지원금 40만 원 등 160만 원을 받는다. 시군이 별도 지원금을 편성하지 않는 곳에 사는 4인 가족은 130만 원을 받는다. 경기도만 해도 주거지에 따라 최대 150만 원의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약하다. 광역지자체로는 서울시 경기도, 기초지자체로는 경기도의 성남시 화성시와 서울시의 각 구를 빼고는 모든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는다. 재정자립도가 약해 교부금을 받는 포천시가 오히려 교부금을 받지 않는 성남시와 화성시보다 각각 120만 원과 80만 원을 더 주니 현금 살포 경쟁이 도를 넘었다.

지자체 차원의 지원에는 지자체가 재난에 대비해 매년 지방보통세의 100분의 1을 적립하도록 돼 있는 재난관리기금이 대거 유용되고 있다. 국무회의는 지난달 31일 급히 재난안전기본법 시행령을 고쳐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 지원에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 시행령에 따른다 해도 코로나19 사태 전과 마찬가지로 직장이 있고 특별히 생계가 어려워지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현금을 살포하는 것은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

중앙정부는 재난관리기금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문을 활짝 열어줘도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유용을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재난관리기금이 많이 쌓여 있다면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적립할 금액을 낮춰줄 일이다. 역대 지자체장들이 허리띠를 졸라가며 쌓은 돈을 이번 한번을 위해 거의 탕진하듯 쓰는 걸 방치하고 있으니 무책임하다.

재난관리기금이 연초 적립액의 10∼20% 수준으로 뚝 떨어진 지자체가 적지 않다. 올해 홍수 가뭄 지진 등 다른 재난이 일어나면 재난관리기금이 부족해 중앙정부에 손을 벌려야 할 지자체가 생길 게 뻔하다. 선별적 지원을 하려고 애쓴 지자체의 주민만 손해 보는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긴급재난지원금#재난관리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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