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병원 감염-의료진 탈진, 병원 무너지면 코로나에 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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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70일 넘게 계속되면서 병원 내 감염이 잇따르고 의료진은 탈진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다 감염병과 싸울 의료 자원이 고갈될까 우려된다. 그제 서울아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여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같은 병동에 있던 입원 환자 42명과 그 보호자 43명이 병동 2곳에 코호트(동일집단) 격리됐다. 여아가 다녀갔던 소아응급실과 병동 등 4곳이 폐쇄됐고 의료진 52명이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당장 전국에서 모인 소아 중증환자와 응급환자 진료가 차질을 빚게 됐다. 이처럼 의료장비와 의료진이 집중된 상급종합병원이 코로나19에 뚫리면 심각한 의료 마비 상황이 온다.

이 여아가 지난달 26일 다녀온 경기 의정부성모병원과 관련해선 최소 19명의 확진 환자가 나왔다. 권역응급의료센터·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 의정부성모병원이 어제부터 폐쇄되면서 경기 북부 의료 인프라에 타격이 크다.

현재 의료기관은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고 응급환자도 선별진료소를 먼저 거치도록 하는 등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무증상 감염 환자가 많은 코로나19의 특성상 완벽한 방역이 불가능하다. 개별 병원에 방역 책임을 지울 것이 아니라 지역거점병원 등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아예 코로나 환자를 전담하는 병원 운영을 검토해야 한다. 감염병 환자도 살리고, 일반 환자도 살리려면 코로나 장기전에 맞춰 의료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의료진이 쓰러지는 것도 막아야 한다. 전국에서 환자가 폭증하며 적절한 휴식이 확보되지 않아 의료진이 탈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극심한 피로와 가족과의 생이별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던지기도 한다. 대구시의 경우 의료진 2100여 명 중 5.8%(121명)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의 설문 결과를 보면 감염 위험이 큰데도 여전히 마스크와 방호용구가 부족하다는 의료진이 많다. 최전선에 선 의료진이 쓰러지면 코로나 극복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마냥 이들의 희생에 기댈 것이 아니라 충분한 보상과 함께 의료진 부족을 메울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코로나19#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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