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직계가족 재산 예외없이 공개해야[기고/김재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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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김재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문장은 공무원 헌장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말이며, ‘청렴’은 인터넷 검색창에 ‘공무원의 덕목’을 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다. 공직자로서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 청렴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를 위해 1981년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가져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하는 공직자윤리법이 제정됐고, 1993년에는 법령 개정으로 재산공개를 제도화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재산심의권을 부여하는 현행 공직윤리제도의 기틀이 마련됐다.

하지만 공직윤리제도의 핵심인 재산등록의 실효성을 두고 그간 문제 제기가 있었다. 우선 등록대상 재산의 범위에 혼인한 딸과 그 자녀, 그리고 외가 조부모의 재산이 제외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이다. 장인 장모상과 부모상을 동일하게 대우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조부모와 자녀의 경우, 법적인 피부양자의 범위에 속하지 않으면 고지거부 허가신청을 통해 재산등록 의무를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정기 재산공개 등록의무자 기준 고지거부 비율(직계존비속 가운데 한 명이라도 고지거부한 공개 대상자 비율)이 25∼30% 수준이다. 조부모, 그리고 특히 자녀를 통해 재산을 축소하거나 불법취득 재산을 은닉할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세 번째 문제는 재산심의 대상이 심사 인력과 비교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정밀검사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재산등록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을 경우 공직자윤리위에서 의결을 요청한 대부분의 징계가 경징계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4∼2018년 공직자윤리위는 재산등록사항 심사를 토대로 221건의 징계의결을 요청(경고 및 시정조치와 과태료 부과는 2714건)했으며, 이 중 감봉 및 퇴직이 각 3건, 해임 및 파면이 각 1건에 불과하고 견책 및 불문경고 등 경징계가 96%다.

즉, 등록대상 재산의 범위 제한과 고지거부 때문에 등록에서 제외되는 재산이 상당하고 정밀검사의 한계와 솜방망이 징계 탓에 공직자의 도덕적 해이가 방치되고 있다. 공직윤리 제고를 위해 시대 상황과도 부합하지 않는 직계존비속 제외 조항(공직자윤리법 제4조 2항의 3)을 폐지하고, 직책에 따라 공개(또는 고지거부) 범위를 달리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매년 일정 비율을 무작위로 선정해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공정한 징계가 내려질 수 있도록 위반사항에 따른 징계 수준을 명확히 해 불성실 재산등록을 일벌백계하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공직자 스스로가 청렴성을 회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 수준인 정부 신뢰도를 개선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상을 회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
#고위공직자#직계가족#재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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