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평등의 위대한 촉진자’ 돼야[동아 시론/김성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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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 연기가 초래한 교육공백 사태
가정 지원 어려운 소외계층 학생들… 홀로 방치되거나 게임-스마트폰
교육당국의 역할 가장 절실한 때… 격차 메울 방안 만들어 시행해야

김성열 한국교육학회장·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김성열 한국교육학회장·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누려오던 일상을 잃고 지낸 지 두 달이 넘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방침에 따라 계속 연기되고 있다. 한 달 이상 학교 교육의 공백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학교 교육의 공백 사태는 학생의 학습량 부족과 학습격차 심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학습격차에는 가정 배경과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 경험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그런데 교육격차에 대한 국내외 연구들은 학교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 경험을 제공하느냐가 가정 배경과는 독립적으로 아이들의 학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교에서의 질 높은 교육 경험이 가정 배경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긍정적인 학교 교육의 경험은 어려운 계층의 아이들에게 더 의미 있게 작용한다. 학교 교육의 공백 상황에서는 긍정적인 학교 교육 경험의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정의 지원 차이가 학습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학교 교육의 공백은 모든 학생들에게 학습량 부족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가정의 지원이 어려운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큰 학습 부족을 경험할 수도 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학습 자원을 학교와 교사, 학생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 원격교육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들을 돕기 위해 원격교육 지원 자원봉사단을 운영 중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온라인 학습 안내와 지도를 하고, 다양한 교과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과제 제시 및 피드백 등을 통해 온라인 수업의 효과를 높여 개학 이후 교육과정 운영에 대비하고 있다.

다양한 온라인 학습 지원 노력은 분명 일부 아이들의 학습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접근성이 낮은 장애학생, 저소득층이나 한부모 또는 맞벌이 가정 등 지원이 어려운 아이들의 공백과 격차까지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교는 가정 돌봄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긴급 돌봄 교실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부모들이 감염 우려 때문에 아이 맡기기를 꺼려 아이 홀로 집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아이들은 주로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시간을 때우기 때문에 학습 공백과 격차가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교육당국이 온라인 학습 자원과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해도 그 활용 여부나 성과까지 균등하게 담보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개학 이후 교육부, 교육청, 학교와 교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장기적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디지털 학습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여기에는 EBS, 방송통신중고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다양한 기관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재난 상황에서의 교육 공백 사태에 대비하는 방안을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청과 공동으로 일반적인 지식교양을 넘어서는 학습자료 축적과 장애 및 기초학력 부족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교과 기반 학습 프로그램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정보 소외계층 학생에게 PC, 인터넷 통신비 등 지원을 강화하고, 학교에 주요 교과별 추가 인력을 한시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학교는 개학과 동시에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진단하고, 뒤처진 학생의 학습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방과 후 프로그램과 공부방 운영을 강화해야 한다. 교사에게는 다른 어느 때보다 학생에 대한 헌신이 더 요구된다. 학습 튜터의 역할을 맡아 학생들의 학습과 진도를 관리함으로써 학습 결손이 누적되지 않도록 이전보다 더 애써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특히 학교 교육에만 의지하는 학부모와 학생의 학습량 부족, 학습격차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줘야 한다.

국가는 공교육 제도로 학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 경험을 제공하고 가정 배경과는 독립적으로 학업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학습격차와 교육 불평등을 개선하고, 사회적 평등의 실현에 기여하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국 공교육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호러스 맨이 설파했듯, 공교육은 진정으로 평등의 위대한 촉진자(great equalizer)가 돼야 한다. 모든 일상이 멈추어 버린,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의 재난 상황에서 이러한 공교육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절실하다.
 
김성열 한국교육학회장·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코로나19#개학연기#소외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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