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올드 보이’ 老慾과 비례정당 추태로 마감된 후보 등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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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21대 총선 후보자 등록이 선거를 19일 앞둔 어제 마감됐다. 2012년부터 연속 900명대에 그친 지역구 후보자는 이번에 1000명을 넘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늘어날 비례정당의 비례후보 최종 명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늘 오전에 발표된다. 후보 등록 후 공식 선거운동은 다음 달 2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총선은 후보 등록 과정에서부터 누더기 선거법으로 인해 비례선거를 둘러싼 온갖 편법과 꼼수가 난무했다. 원내 1, 2당이 앞다퉈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바람에 다양한 색깔의 민심을 수렴하기 위해 다당제를 도입한다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당초 취지는 사실상 퇴색됐다. 비례정당 상위 순번을 차지하기 위한 모(母)정당의 볼썽사나운 ‘의원 꿔주기’는 후보 등록일 막판까지 벌어졌다.

개정 선거법의 틈새를 노린 올드 보이들의 귀환은 더 가관이다. 이들은 지역구 득표가 많은 정당의 비례의석을 제한해 비례정당이 득표율 3%만 넘으면 비례의석 확보가 쉬워졌다는 점을 악용했다. 2년 전 단식까지 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산파역을 자임했고, 지난달까지 “공짜로 비례대표 할 생각이 없다”고 했던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73)는 민생당 비례후보 2번을 받았다가 거센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14번으로 물러났다.

친박계 좌장이었던 8선의 서청원 의원(77)은 우리공화당 비례후보 2번, 4선의 친박 핵심 홍문종 의원(65)도 친박신당 비례후보 2번을 받았다. 원로급 다선 의원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절대 내놓지 않겠다는 노욕(老慾)을 드러낸 것이다. 물리적 나이나 선수(選數)가 정치적 호불호를 가르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거대 정당에서 사실상 퇴출된 뒤 군소정당의 리더를 자임해온 올드 보이들이 비례후보 앞 순위를 차지해 손쉽게 의원직을 연장하려는 행태는 급변하는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세대교체를 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국민들이 이런 몰염치한 행태를 냉철하게 심판해야 한다.
#4·15#21대 총선 후보자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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