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이후가 걱정스러운 이유[오늘과 내일/이성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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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은 메르스 경험 통해 혼선 줄여… 학교 안전·학습 대책은 이번도 임시방편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레벨D 방호복을 어떻게 입는지도 몰랐습니다.”

얼마 전 한 대학병원 원장이 고백하듯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지금 이야기가 아니다. 5년 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한국을 덮쳤을 때다. 그는 당시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검체를 어떻게 채취해서 어떻게 검사기관으로 보내는지…. 그런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메르스 치사율은 20.4%. 백신도, 치료제도 없으니 의료진은 환자 살리기에 매달렸다. 임상기록을 제대로 작성하지도 못했다. 다음 환자라도 살릴 수 있는 귀중한 자료를 남기지 못한 것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메르스 환자는 186명이었지만 사망자는 38명이었다. 병원 내 감염이 많아 의료진 피해도 컸다.

첫 번째 코로나19 환자 발생 후 두 달이 지났다. 900명 가까이 치솟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최근 100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대구경북의 의료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하지만 의료 시스템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장 의료진과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메르스에서 찾는다. 당시 쓰디쓴 경험이 이번에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 후 국내 주요 병원은 정기적으로 감염병 대응 연습을 하고 있다. 감염병 환자가 외래병동이나 응급실에서 발생한 걸 전제로 실전 같은 훈련을 벌인다. 코로나19 발병 후 의료진은 환자의 임상자료를 꼬박꼬박 기록하고 있다. 그 덕분에 바이러스의 특징을 분석한 여러 자료가 나오고 있다. 치사율은 낮고, 전파력은 강한 코로나19의 특성이 조금씩 드러났다. 또 드라이브스루(차량용), 워킹스루(1인용) 선별진료소처럼 새로운 검사 방식이 탄생했다.

아직 코로나19 상황은 안갯속이다. 신규 환자 100명이 적어 보이는 건 신천지예수교(신천지)로 인한 ‘착시효과’다. 게다가 이제 환자 절반은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온다. 코로나19 전선(戰線)이 확대되는 것이다. 방역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의 방역 정책을 세계 각국에 자랑하기에 시기상조인 이유다.

걱정스러운 건 이르면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전국 초중고교 개학이다. 정부는 ‘안전한 개학’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4월 5일까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추진 중이다. 솔직히 전문가들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개학 후 바이러스 유행이 다시 올 가능성을 두고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개학하려면 학급에서 학급, 학년에서 학년, 학교에서 학교로 확산되는 걸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주치의들이 참여하는 중앙임상위원회의 경고가 차라리 현실적이다.

교육부는 확진자가 나오면 교실이나 복도 또는 학교 전체를 폐쇄할 방침이다. 하지만 교문 걸어 잠그는 게 전부일까?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감염돼 신상이 공개되면 왕따가 되는 건 아닌지,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지’도 걱정한다. 교육 대책은 이런 세심한 부분도 다뤄야 한다. 장관이 직접 시연까지 한 원격수업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저소득층, 농어촌 학생을 위한 ‘디지털 접근성’ 대책도 없다. 개학 연기 4주차에 내놓은 개학 방침이다.

메르스 때 전국의 학교 2900여 곳이 휴업했다. 전례 없는 규모였다. 교육당국은 당시 경험을 통해 무엇을 고쳤는지 묻고 싶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만 기다리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당장 올해 말 코로나20이, 5년 후 코로나25가 닥칠 수 있다. 코로나19 경험만큼은 헛되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초중고교 개학#안전한 개학#학습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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