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와 나폴레옹의 실수[임용한의 전쟁史]〈100〉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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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을 발명한 풀턴은 발명가이자 무기 개발자였다. 그는 잠수함과 어뢰를 개발해 나폴레옹에게 바쳤지만 실험 단계에서 실패했다. 그 잠수함 이름이 노틸러스였다. 좌절한 그가 프랑스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와서 성공한 것이 기선이다. 풀턴이 나폴레옹 밑에서 잠수함과 어뢰 개발 사업을 벌였던 데는 사연이 있다.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에서 실패하기 전까지는 승승장구했다. 마침내는 제1통령을 거쳐 황제가 되었다. 겨우 10년 전 루이 16세를 단두대로 보냈던 사실을 기억하면 나폴레옹의 즉위는 극적이다 못해 무상하다.

한 가지 방해만 없었더라면 나폴레옹은 더 탄탄한 길을 걸었을 수도 있다. 그를 파멸시킨 러시아 원정도 감행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방해자는 영국이었다. 영국은 사사건건 나폴레옹의 승리를 불완전한 것으로 만들었다. 종종 감상적이 되곤 하던 나폴레옹은 영국은 나를 방해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영국을 점령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력한 영국 해군 때문에 그 좁은 도버해협을 건널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잠수함, 어뢰, 기선이란 아이디어까지 추구했던 것이다.

150년 후 히틀러는 “나폴레옹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결정적 실수 2가지를 그대로 답습한다. 첫째가 영국을 빼고 대륙 정복을 시도했던 것이다. 뒤늦게 영국 침공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는 잠수함과 어뢰도 있고 성능도 더 뛰어났지만 다른 것들이 부족했다. 사전에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탓이었다. 러시아 침공도 마찬가지다. “나는 다르다”고 장담했지만 나폴레옹의 실수를 그림자 밟듯이 답습했다. 왜 그랬을까? 진지하게 상대를 연구하지 않고, 자신이 더 뛰어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갑자기 사라진 말이 ‘적폐’다. 선거철이라 그런가? 아니면 과거사를 경멸하던 자들이 똑같은, 아니 더 심한 모습의 자신을 발견한 것일까? 자기들이 발견했다기보다는 국민이 발견했다는 표현이 맞겠지만.
 
임용한 역사학자
#적폐#히틀러#나폴레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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