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외이사 구인난 겹악재… 주총 대란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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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25일 시즌 개막… 내달까지 열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네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주주총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모르겠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주총회 일정 변경은 없는지, 감염 방지 대책은 있는지 등에 대한 주주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상장사들은 올해 상법 시행령 개정과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여부 등으로 비상 상태였다. 여기에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에 불이 붙으면서 의결정족수 확보가 발등의 불로 다가오는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 ‘코로나19’ 확산에 주총 비상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25일을 시작으로 다음 달 하순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릴레이 주총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주총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주주들이 참석하는 주총장이 자칫 ‘슈퍼 감염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의 본사 등에서 주총이 진행되는 만큼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회사 폐쇄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에 자회사를 둔 회사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현지 업무가 마비되면서 결산 자체에 차질을 빚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코로나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주주총회 참석률이 낮아져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감사 선임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 주주총회 일정 변경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법상 사업연도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를 승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12월 결산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3월 31일 전에 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주요 상장사는 일단 열 감지기 등을 설치하고 좌석 간격을 넓히거나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감염 방지에 힘쓸 계획이다. 한국예탁결제원 등 주총 유관기관도 전자투표 및 전자위임장 서비스 비용을 면제하는 등 지난해 5%대에 머물렀던 전자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독려하고 있다.


○ 사외이사·감사 선임, 국민연금 의결권 향방도 골머리

올해 주총에선 상법 및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등에 따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늘어난 점도 상장사들 입장에서 부담이다.

최근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상장사 사외이사의 임기가 최대 6년(계열사 합산 9년)으로 제한돼 사외이사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새 사외이사를 뽑아야 하는 상장사는 566개사, 새로 선임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718명이다. 중견·중소기업이 494개사(87.3%), 615명(85.7%)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 룰’이 완화되면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의 입김이 세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종전까지는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가 적극적인 주주 활동에 나설 경우 지분 변동 사항을 상세히 밝혀야 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으로 지분 보유 목적에 ‘일반 투자 목적’이 신설되면서 배당이나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 활동은 월별로 약식 보고만 하면 된다.

이후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등 국내 상장사 56곳에 대한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 목적’에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변경하면서, 이번 주총 시즌에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예고한 상태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주주총회#사외이사 구인난#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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