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 봐주기’ 압박에 기소검사 전원 사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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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 핵심인물 스톤 관련… 최고 9년 구형에 불만 털어놔
법무부 “구형 낮출것”… 검사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에 대한 검찰 구형량에 개입하자 검사 4명이 모두 사건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미 언론과 정계는 법무부의 사법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스캔들 핵심 인물인 로저 스톤(68·사진)을 기소한 검사 4명이 11일 모두 사건에서 물러났다. 1명은 검사직을 아예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전 특검 측 인사다. 러시아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된 사건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들 사임에 대해 “도망쳤다”고 조롱했다.

이들이 직접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개입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검찰은 10일 스톤에게 위증과 조사 방해, 목격자 매수 등의 혐의로 징역 7∼9년을 구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매우 끔찍하고 불공정하다. 법률 오심을 용납할 수 없다”는 트윗을 올렸다. 미 법무부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혐의에 비해 구형량이 과도하다”며 특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WP는 법무부가 검찰의 구형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법무부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독립적인 법 집행을 조종했다”고 지적했다. 빌 패스크렐 하원의원(민주·뉴저지)은 “미국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다. 사법 체계에 대한 정치적 간섭은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스톤은 사업가였던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정치 컨설턴트이자 로비스트로 미 정계를 쥐고 흔드는 ‘막후의 검은손’이다. 그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선 캠프에서 일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해에 ‘워터게이트’가 터졌고, 당시 19세였던 스톤은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워터게이트 최연소 연루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스톤과 트럼프 대통령은 1980년대에 처음 만났다. 당시 뉴욕 카지노 사업을 확장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스톤은 1980년대 후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에게 줄곧 대선 출마를 권유했다. 1998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서전 출간을 돕는 등 정치인으로 변신하기 위한 준비를 치밀하게 했다.

2016년 대선 캠프에서 스톤은 공식 직함은 없었지만 모든 전략이 그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스톤에 대한 최종 선고는 20일 이뤄진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트럼프#러시아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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