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졸 통해서 감염 가능” vs “일상생활 공기중 감염 희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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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산]
신종 코로나 감염증 Q&A

에어로졸(대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입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을 전파하는 경로 중 하나라고 중국 상하이(上海) 당국이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중앙 정부는 하루 만에 에어로졸 전파의 증거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공기 중 감염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쩡췬(曾群) 상하이 민정국 부국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의 주요 전파 경로는 (비말을 통한) 직접 전파, 에어로졸 전파, 접촉 전파로 확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어로졸 전파란 에어로졸에 포함된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에어로졸의 수분이 마른 뒤 흡입될 때 일으키는 감염을 말한다.

에어로졸 전파의 가능성을 인정할 경우 기존 비말 감염보다 감염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비말은 무거워서 2m 이내로 튀고 가라앉는 반면 에어로졸은 가벼워서 멀리 퍼진다. 사무실 등 밀폐된 실내 공간이라면 에어로졸을 통한 집단 감염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공기 중 감염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자 중국 정부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을 부인했다. 9일 국무원 브리핑에 등장한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 전문가는 “아직까지는 에어로졸 전파를 보여주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CDC는 최근 발간한 신종 코로나 자료에서 에어로졸 전파를 3대 전파 경로로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 중 감염을 일반적인 전파 경로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9일 “현재까지 모든 전문가의 의견은 지역사회에서 공기 전파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며, 질본 의견도 그렇다”면서 “드물게 병원에서 호흡기 시술 과정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지만 제한적인 환경 내에서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경로인 비말 감염은 어떻게 이뤄지나.

“비말 감염은 직접 전파와 접촉 전파로 나뉜다. 감염자가 뿜은 비말이 직접 다른 사람의 눈이나 코에 튀어 감염되면 직접 전파, 비말을 손으로 만진 뒤 오염된 손으로 눈이나 코를 만져 감염되면 접촉 전파로 분류된다.”

―상하이 당국의 주장처럼 에어로졸 감염이 가능하다면 어떤 게 달라지나.


“에어로졸은 훨씬 더 먼 거리에 있어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접촉자 분류의 범위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는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져 2m 이내에서 대화를 나눈 사람을 위주로 접촉자 선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숨을 쉰 사람도 접촉자로 볼 수 있다. 일종의 공기 중 감염이 되는 셈이다.”

―에어로졸 감염이 가능한 제한적 환경은.


“정 본부장이 말한 제한적 환경이란 드물게 병원 내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한다. 병원에서 호흡기 시술, 치과 진료 등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분사 기계를 통해 에어로졸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매우 인위적인 상황으로,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 에어로졸이 만들어져 공기 중 감염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만에 하나라도 공기 중 감염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지금보다 사람과의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의 특징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평소 최대한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마다 감염 경로가 다른가.


“그렇다. 바이러스 중에서 공기 중 감염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다. 바이러스의 크기나 비말과 잘 붙는지 등 각 바이러스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공기 중 감염이 가능한 대표적인 전염병은 홍역, 결핵 등이 있다. 다만 에어로졸 감염이 되는 바이러스가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고, 일반적인 전염 경로는 비말 감염이다.”

―중국에서 온 택배에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나.


“그렇지 않다.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다른 유기체의 세포 안에서만 생명 활동을 한다. 생명체인 숙주가 없으면 몇 시간 내에 사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염 경로와 상관없이 제조 과정에서 택배 물품에 바이러스가 유입됐더라도 택배가 이송되는 긴 시간 동안 죽는다.”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이 상당히 높다는데….


“1명이 얼마나 많은 환자를 만들어 내는지 전파력을 뜻하는 수치를 ‘아르 제로(R Zero)’ 값이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는 아르 제로 값이 2∼3으로 높은 편이다. 또 초기에 경증일 때와 상기도 호흡기에 감염됐을 때부터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감염증 관리가 어려운 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가 빨리 퍼진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첫 환자가 2차, 3차 감염을 일으키는 시간인 ‘세대기’가 짧기 때문이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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