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본 제주 비경]‘순백의 장관’ 백록담 분화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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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화구벽이 온통 하얗게 물들었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지만 해발 1950m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사진)에 눈이 쌓였다. 하늘에서 본 백록담은 설문대할망(제주 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 여신)이 물을 담아 마신 듯한 하얀 성배(聖杯)처럼 보였다.

백록담 화구벽에는 암매(돌매화나무)가 숨을 죽인 채 눈에 묻혀 있고 나무 난간, 로프에는 물기가 얼어붙는 상고대가 쌓이면서 계속 커가고 있다.

눈과 얼음이 가득한 백록담은 한라산 최고의 경관을 자랑한다. 이런 겨울 백록담을 보려고 주말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질 만큼 탐방객이 몰린다. 백록담을 비롯해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겨울 한라산 장관이 곳곳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정상인 백록담에 가지 않더라도 사라 오름(작은 화산체)에 오르면 눈 쌓인 호수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해발 1600m 일대에 펼쳐진 고산 평원인 선작지왓에서 맞는 칼바람은 방향을 잃게 할 정도로 매섭고 고지대에 자생하는 구상나무는 거대한 눈사람 숲을 연상케 한다. 영실계곡에는 물이 흐르다 얼어버린 거대한 두 줄기 빙벽폭포가 있다.

지리산 오대산 설악산에 비해 짧은 시간에 설경을 만끽할 수 있는 접근성은 겨울 한라산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량으로 1시간 정도 이동하면 한라산 탐방로에서 설국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드론으로 본 제주 비경#백록담#백록담 화구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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