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원불교 터 보더니 “험지일진 모르나 경치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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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22일 1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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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국무총리. © News1
이낙연 전 국무총리. © News1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2일 원불교 오도철 교정원장을 찾아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총리직 퇴임 이후 7대 종단 지도자들과 만나 종교계 의견을 청취하는 행보의 일환이다. 이날 이 전 총리는 오 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다과로 나온 ‘백차’와 ‘다식’을 두고 정치를 논하며 환담을 나눴다.

오 원장은 이날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원불교 100년 기념관으로 찾아온 이 전 총리를 위해 미리 준비해둔 백차를 소개하며 “처음에 나온 고운 찻잎을 따서 덖거나 발효시키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그대로 만들어낸다. 자연이 가진 순수함,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총리님이 정계에 입문해 가지고 있는 초심을 일관되게 갖고가는 모습이 좋아보이기도 하고 앞으로도 그런 큰 꿈을 이루시라고 백차를 준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 원장은 다식을 두고서도 “여러가지 곡식을 빻아서 만드는데, 가루가 뭉치려면 반드시 꿀이 들어가야 한다. 꿀이 들어가서 버무려져야 맛을 내고 진가를 발휘한다”며 “저는 정치하는 지도자들이 꿀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각종 정치 현안을 두고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다식에 빗대 협치를 해달라는 당부를 전한 것이다.

이에 이 전 총리는 “옳은 말씀이다”라면서 “국민들께 뭔가 희망을 드리고, 미래를 보이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자기들끼리 싸우는 일에 열심이다보니 국민들이 오히려 정치로부터 더 불안을 느끼고 미래를 걱정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어 “그런 점에서 정치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선거가 가까워지면 평소보다 더 거칠어지는 것 같다”며 여야 대립에 대한 뉘우침의 뜻을 내놨다.

그러자 오 원장은 “사회 지도자들이 가져야할 마음이 있다면 사심(私心)을 내려 놔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사로움이 있으면 간극이 생기고 양보 없는 대립이 계속 된다. 사심을 놓으면 공심(公心)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부처님도 공심을 말씀하셨지만 텅 빈 마음이 생겨야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와 안목이 열리게 된다. 그래야 화합이 되고 단합이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2012년 원불교 종법사들의 이취임을 언급하며 “최고 지도자들이 물러나고, 취임을 하는데 그 말씀이 겸손하셨다”며 “물러나시는 종법사님께서 ‘덕도 없고 능력도 모자란 사람이 너무 오래했다. 이제는 쉴때가 됐다’고 하자 그걸 받아서 취임하신 종법사님이 ‘덕도 없고 능력도 모자란 사람이 사양하지 못했습니다’라고 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이 전 총리는 “저는 말이나 글에 집착하는 사람인데 굉장히 아름다웠다. 최고 지도자가 저렇게 겸손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며 “자신을 낮추고, 다른 분야에도 저런 게 스며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전 총리는 오 원장과 만난 원불교 100년 기념관 건물 9층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경치를 둘러보며 “여기에 터를 잡으시다니 대단한 안목이신 것 같다. 처음에는 험지일지 모르겠지만 험지가 경치가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오 원장이 방명록을 써달라는 요청에는 “백수가 무슨”이라며 “종교가 통합을 위해 애써주신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면담을 마친 뒤 오 원장에게 합장을 하면서 허리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과 비공개로 오찬을 갖고 종교계 의견 청취 행보를 이어간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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