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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극복 등 복잡한 사회문제, 집단지성으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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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극복 등 복잡한 사회문제, 집단지성으로 해결한다

홍석호 기자 입력 2020-01-22 03:00수정 2020-01-2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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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도전.한국’ 프로젝트 실시
‘광화문1번가 열린소통포럼’이 진행하는‘도전.한국’의 공고. ‘도전.한국’은 집단지성을 모아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로 3월까지 15개의 과제를 선정해 민간의 해결책을 모을 계획이다. 광화문1번가 캡처
1989년 미국 알래스카 앞바다에서 대형 유조선 엑슨 발데스호가 좌초했다. 이 사고로 25만 배럴의 기름이 바다로 흘러 해안 1900km를 시커멓게 덮었고 바다새, 바다수달, 대머리독수리 등 야생동물 수백만 마리가 폐사했다. 20년 넘게 기름제거 작업을 벌였지만 기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혹한의 날씨 때문에 기름이 물과 함께 뒤엉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국제 기름유출연구소(OSRI)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 10월 ‘이노센티브’를 찾았다. 이노센티브는 사회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컨설팅 업체다. 이 업체는 소수의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다른 컨설팅 업체와는 달리 집단 지성을 모으는 공모를 통해 해법을 찾는다. 이노센티브는 ‘기름을 제거하는 방법을 제시하면 2만 달러의 현상금을 준다’고 공지했고, 2주 만에 수천 건의 해결책이 모였다. 과학자, 기술자 등 전문가는 물론이고 학생과 가정주부까지 가세했다. 미국의 한 시멘트 회사에 근무하던 엔지니어 존 데이비스는 ‘시멘트가 굳지 않게 레미콘을 돌리듯 진동기계로 자극을 주면 물과 기름이 분리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해 상금을 탔다.

행정안전부는 이같이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아 직접 정책에 적용하는 집단지성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 ‘도전.한국’을 실시한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3월까지 저출산 극복, 청소년 자살 예방, 해양 플라스틱 저감 등 15개 과제를 결정하고 포상금 3억 원과 지원금 1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응모자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효과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과제당 1000만∼5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우선 3월까지 어떤 사회문제에 대해 해답을 물을지 결정하는 과정을 갖는다. 행안부가 주축이 돼 구성한 과제심의위원회에서 관계 부처별 수요 조사를 거치고 한국행정연구원과 협업해 과제의 해결 가능성과 난이도 등을 검토한 뒤 과제 후보군을 마련한다. 여기에 국민참여형 정책수립 창구인 ‘광화문1번가 열린소통포럼’을 통해 국민의견도 수렴한다. 이렇게 마련한 과제 후보군 중 국민들의 온라인 선호도 투표 조사를 통해 15개의 과제를 선정하고, 과제심의위에서 포상금 규모를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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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본격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 공모에 들어간다. 행안부는 올 4∼6월 광화문1번가를 통해 본격적인 공모와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에서 부족한 인프라를 제공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위원회가 동원된다. 환경 교통 보건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각 담당 부처 관계자(간사)를 포함한 10명 안팎의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를 만든다. 전문위원회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국민에게 온·오프라인 네트워킹, 유관 기업 연계 및 자문, 세미나 등 단순한 발상 수준의 아이디어들이 구체적인 사업이나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민간 기업과 단체 혹은 개인이 제출한 아이디어를 전문위원회와 과제심의위와 함께 심사해 시상한다. 선정된 아이디어나 디자인, 기술이 완결성을 갖춰 예산이나 인력의 대폭적인 증가 없이 바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경우 부처 협의를 거쳐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조달청과 협의해 공공혁신조달 플랫폼에 등록할 수 있도록 지원해 판로 개척을 돕는다. 공공혁신조달 플랫폼은 조달청에서 혁신 제품의 진입 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구축한 혁신제품 전용 오픈마켓이다.

반면 추가적인 연구개발(R&D)을 거쳐야 하는 과제는 ‘아이디어 숙성’ 단계로 넘긴다. 아이디어 숙성 단계에서는 행안부와 분야별 전문위원회가 주축이 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로 연결한다. R&D 과제의 경우 과기부의 ‘사회문제해결 R&D 사업’으로 이관하고, 시제품 제작이 필요하다면 중기부의 ‘제조업 혁신바우처’ ‘창업사업화 지원’ 등의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 부처와 협의해 추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이 같은 과정이 올 10월까지 진행된다.

‘도전.한국’은 미국의 ‘챌린지닷거브’(Challenge.gov)를 벤치마킹했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 2010년 도입한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 챌린지닷거브는 현재까지 1000건 이상의 과제 공모를 해결했다. 홈페이지 방문자가 500만 명이 넘고 2억5000만 달러의 상금을 지급했다. 기획, 상품 디자인, 마케팅, 홍보, 정책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프로그래머, 데이터 과학자 등이 마약성 진통제 남용 방지 기술을 제안했고, 소프트웨어 기업이 농장과 목장에서 날씨 변동, 병해충이나 잡초 등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정부는 ‘도전.한국’을 통해 투명하고 공개적인 국민 아이디어 공모와 포상 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점에서 문제 해결 효과 자체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문제로 인해 소수, 전문가 중심의 접근이 가졌던 협소한 시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저출산 극복#집단지성#도전.한국 프로젝트#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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