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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협치 띄운 靑의 속내[청와대 풍향계/문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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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협치 띄운 靑의 속내[청와대 풍향계/문병기]

문병기 기자 입력 2020-01-21 03:00수정 2020-0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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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가진 환담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 여야 대표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동아일보DB
문병기 기자
‘해납백천(海納百川·바다는 모든 강물을 받아들인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를 꼽아 달라는 요청에 이같이 말했다. “널리 인재를 구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풀이와 함께 “바다 같은 정부”가 되겠다는 각오도 내놨다. 총선 이후 ‘협치 내각’ 구성을 문재인 정부 3년 차를 맞은 올해의 핵심 과제로 내건 셈이다.

청와대는 최근 부쩍 협치 내각을 띄우고 있다. 노 실장이 문재인 정부 집권 반환점을 맞아 가진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일자리와 함께 인사를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으며 “능력에 기초한 탕평인사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히면서다. 문 대통령 역시 이달 14일 신년 기자회견과 정세균 총리 임명장 수여식, 17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 만찬에서 총선 후 협치 내각 카드를 공식화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몇 차례 야당 인사들을 청와대와 내각에 영입하기 위한 시도에 나선 적이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 당선 전후 정두언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청와대 수석으로 영입하기 위해 접촉했지만 본인의 거절로 무산됐다고 한다. 이후에도 바른미래당 김성식·박선숙 의원 등을 협치 내각 영입 리스트에 올려두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직접 협상에 나섰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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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지방선거를 전후로 활발했던 협치 내각 구상은 이후 1년 넘게 한 번도 공론화된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각에 합류하게 되면 마치 배신자처럼 평가받는 것을 극복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협치 내각을) 추진하게 되면 곧바로 야당 분열 공작으로 공격받는 것이 정치 문화의 현실”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청와대가 다시 들고나온 협치 내각 구상은 그 시기와 조건이 공교롭다. 노 실장이 “총선을 통해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처럼 청와대는 협치 내각의 성사 조건이 총선 결과와 연계돼 있다는 점을 구태여 숨기지 않고 있다. 총선을 통한 정치 지형의 변화를 협치 내각의 조건으로 내건 셈이다. 이 때문에 야당에선 협치 내각을 두고 총선용 카드라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야당 심판론’의 청와대 버전이자 보수 통합에 대응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정치 지형 변화를 전제로 협치 내각이 가능하다는 청와대의 입장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23명에 이르는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인사난맥상이 결국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야당의 발목 잡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권” “막무가내로 싸우기만 하는 국회” 등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문 대통령의 야당 비판에도 서릿발 같은 분노가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인사 트라우마’를 협치 내각 구상의 배경으로 꼽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중폭 이상의 개각으로 국정 쇄신에 나선 것과 달리 임기 반환점을 지난 문 대통령은 총리와 법무부 장관에 대한 원포인트 인선으로 교체를 최소화하고 개각을 총선 이후로 미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취임 후 인사로 재미를 본 적이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과거 정부가 숱하게 시도하고도 번번이 실패했던 게 협치 내각이다. 범여권 인사들의 내각 참여조차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배신자’, ‘야당 분열 공작’의 프레임을 넘어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욱이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변화를 요구하는 청와대의 거친 메시지를 보면 협치 내각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대표적인 의회주의로 통했던 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생전 주변에 “사랑과 정치는 계산하면 안 된다”고 했다. 협치 내각의 우선 조건은 야당 심판이 아닌 청와대부터 바뀌겠다는 다짐이어야 한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국회의원 총선거#노영민#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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