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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남한 면적 불타는 호주… 정부 안일 대응 ‘인재’에 국민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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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남한 면적 불타는 호주… 정부 안일 대응 ‘인재’에 국민들 분노

구가인 기자 , 최지선 기자 입력 2020-01-18 03:00수정 2020-01-18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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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알라 멸종위기까지 부른 호주 화재의 진짜 원인 호주가 불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발발한 산불이 5개월째 이어져 국가 전체가 전례 없는 위기에 처했다. 15일까지 사망자가 28명에 달하고 한국 국토보다 넓은 약 12만 km²가 불탔다. 10억 마리의 야생동물도 떼죽음을 당했다. 호주를 대표하는 코알라는 약 3만 마리가 희생돼 멸종설까지 돌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온난화와 이상 고온 등이 꼽힌다. 하지만 그 이면에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지도자의 무능이 자리한 ‘전형적 인재(人災)’란 분석이 확산되면서 국민의 분노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산불 와중에 비밀 휴가 떠난 총리


최악의 산불 피해에도 미국 하와이로 휴가를 떠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비판하는 벽화. 트위터 캡처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인물은 집권 자유당을 이끄는 스콧 모리슨 총리(52)다. 2018년 8월 집권한 그는 남동부에서 시작된 산불이 호주 전역으로 번지던 지난해 12월 16∼21일 미국 하와이로 가족 휴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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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휴가를 떠난 16일은 최대 도시 시드니 등이 포함된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산불이 급속도로 번진 시점이어서 비난 여론이 고조됐다. ‘산불이 아니라 원자폭탄 수준인데도 총리가 자리를 비웠다. 중앙정부의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당시 모리슨 총리는 행선지와 휴가 일정도 밝히지 않은 채 떠났다. 소셜미디어에 하와이에 머무는 총리 사진이 떠돌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 와중에 같은 달 19일 소방대원 2명이 화재 진압 중 순직했다. 그는 하와이에서 ‘뒷북’ 사과 성명을 발표했고 21일 귀국했다. 적절한 대응 시점이 지나간 뒤였다.

귀국 후에도 그의 악수(惡手)가 이어졌다. 민심이 흉흉한데도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강행했다. 2일 뉴사우스웨일스의 한 피해 마을을 찾은 그는 분노한 주민들의 욕설과 조롱에 쫓기듯이 자리를 떴다. 10일에는 시드니, 멜버른, 캔버라 등 대도시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 수만 명은 모리슨 정권의 무능도 규탄했다.

모리슨 총리는 12일 호주 ABC방송 인터뷰에서 초동 대응 실패를 인정하며 “지금 깨달은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휴가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여론은 싸늘하다. 영국 가디언은 8∼11일 진행된 올해 첫 여론조사에서 총리의 지지율이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떨어진 37%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총리의 국정 수행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은 한 달 전보다 11%포인트 오른 59%였다. 제1야당 노동당의 앤서니 앨버니즈 대표의 지지율은 46%로 총리보다 9%포인트 높았다.


○ 석탄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

중도우파 성향인 집권 자유당의 화석연료 옹호 정책이 산불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거세다. 모리슨 총리는 그간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 이는 석탄, 천연가스, 철광석 등 원자재와 에너지 산업 의존도가 높은 호주 경제 구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호주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의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2018년 호주의 석탄 수출액은 670억 호주달러(약 53조5000억 원).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석탄, 철광석, 액화천연가스(LNG)는 호주의 3대 수출 품목이며 국민 1인당 연 7300호주달러(약 583만 원)의 부(富)를 창출한다. NYT는 “중국 경제 급성장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수출이 호황을 보이면서 호주 경제가 지난 30년간 단 한 번도 경기 침체를 겪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석탄 생산지인 북동부 퀸즐랜드주가 호주 정계의 주요 경합지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모리슨 총리는 지난해 5월 강경보수 성향인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국민당은 퀸즐랜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모리슨 총리는 줄곧 자국의 석탄 산업을 맹렬히 옹호해 왔다. 그는 지난해 말 인터뷰에서 ‘화재로 석탄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모리슨 총리는 “무모하게 일자리를 파괴하고 경제를 망가뜨리는 일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총선 결과가 모리슨 총리의 이런 행보를 더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그가 이끄는 자유국민연합(자유당-국민당)은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노동당에 뒤졌다. 심지어 총선 당일 출구조사에서도 패배가 확실시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자유당의 승리였다. 유권자들이 ‘환경’보다 ‘돈’을 택했기 때문이다.

총선 과정에서 빌 쇼튼 당시 노동당 대표는 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내걸었다. 반면 모리슨 총리는 “노동당이 호주가 감당할 수 없는 청구서를 요구한다”며 고용 증가, 재정흑자 달성 등을 제시했다. 자유당은 2013년 집권 후 파벌 다툼으로 총리가 두 차례나 바뀔 정도로 내부 분열이 심했지만 유권자들은 개의치 않았다. 일각에서 “경제적 안정을 택한 결과가 이번 산불 사태로 이어졌다”는 자성론이 나오는 이유다.


○ 대기 오염, 수질 오염도 심각

지난해 12월 22일 호주 남부 커들리크리크에서 산불로 피해를 입은 코알라에게 물을 먹이는 소방관. 커들리크리크=AP 뉴시스
산불 이후 고조된 대기 오염은 새로운 난제로 부상했다. 산불로 인한 연기 때문에 비행기로 약 2시간 떨어진 뉴질랜드에서도 매연 피해를 호소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이달 초에는 뉴질랜드 남섬의 빙하지대가 바람을 타고 온 산불 재에 뒤덮여 지저분한 회갈색으로 변한 모습이 목격됐다.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의 대기질지수(AQI·Air Quality Index)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한때 1000을 돌파했다. AQI가 300 이상이면 매우 나쁨, 400 초과면 최고 심각 단계인데 이를 훨씬 넘어섰다. 이 정도 수치는 하루 평균 19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맞먹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현재 호주 전역에서는 산불로 인한 연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AP통신은 정부가 마스크 350만 개를 배포했다고 전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따르면 산불 피해가 심각한 뉴사우스웨일스와 빅토리아주에서는 천식 환자의 구급차 호출이 화재 전보다 50% 늘었다. 수도 캔버라의 한 간호사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연기로 자기공명영상(MRI) 기계가 종종 오작동한다”고 호소했다.

미 과학잡지 MIT테크놀로지 리뷰 등은 이번 산불로 지난해 세계 탄소 배출량의 1%에 해당하는 4억 t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다고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산불 연기가 지구를 한 바퀴 순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의 대기질 악화는 물론이고 대규모 산불로 형성된 ‘산불 적란운(pyrocumulonimbus)’이 세계 기상 악화를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화재운(火災雲)으로도 불리는 적란운은 하늘로 올라간 재, 연기, 연소 물질 등을 통해 화재를 유발하는 일종의 뇌우다. 비는 뿌리지 않고 번개만 치는 바람에 산불이 재발하고 화재를 더 키운다.

15일부터 뉴사우스웨일스를 비롯한 호주 일부 지역에 집중 호우가 쏟아졌다. 일부 산불이 진화됐지만 수질 오염, 산사태 등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이미 지난 5개월간의 화재가 낳은 수많은 재가 강과 호수를 오염시켰다. 식수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CNN은 산불로 건조해진 땅에 갑작스럽게 비가 쏟아질 경우 홍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산 피해도 엄청나다. CNN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사유재산 피해는 50억∼100억 호주달러(약 4조∼8조 원)로 추정된다. 피해를 복구하려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존 퀴긴 퀸즐랜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CNN 기고에서 “재난으로 인한 최종 비용이 1000억 호주달러(약 80조 원)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비용도 있다. 일부 생태학자는 호주 코알라가 이미 ‘기능상 멸종(functionally extinct)’ 상태라고 진단한다. 인간의 도움 없이 자생적으로 생존하고 번식할 수 없다는 뜻이다. 뉴질랜드 코알라를 수입하자는 온라인 청원도 등장했다.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의 고온 건조한 여름은 다음 달까지 계속된다. 피해 규모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가짜뉴스로 민심 흉흉

산불의 규모와 원인을 둘러싼 가짜뉴스 논란도 거세다. 이달 들어 전 세계 소셜미디어를 통해 ‘위성으로 관찰한 결과 호주 대륙 전체가 시뻘겋게 불타고 있음이 한눈에 보인다’고 주장하는 사진이 널리 퍼졌다. 브리즈번의 한 예술가가 제작한 합성 이미지임이 뒤늦게 밝혀졌지만 상당수 사람들이 진실로 받아들였다.

일부 보수 언론은 피해 규모를 축소 보도해 비판받고 있다. NYT는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안’ 등이 피해를 줄여 보도했을 뿐 아니라 화재 원인도 기후변화가 아닌 방화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이번 산불로 불탄 면적이 지난 15년간 뉴사우스웨일스 한 주(州)의 산불 피해 면적을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하다. 보수 매체의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 화재 전문가인 스티븐 파인 미 애리조나대 교수는 NYT에 “호주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대규모 화재가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것도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BBC 등에 따르면 고온 건조한 호주의 여름(매년 12월∼다음 해 2월)에 화재가 빈번한 것은 새롭지 않지만 화재 빈도와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매년 크고 작은 산불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1910년 이후 호주의 연평균 기온은 1도 이상 따뜻해졌다. 지난해 12월 17, 18일 양일간 평균 기온은 각각 40.9도와 41.9도를 기록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기후변화 문제를 외면했던 모리슨 총리도 산불과 온난화의 연관성을 처음 인정했다. 그는 12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점점 더워지고 더 건조해지는 여름 속에 살고 있다. 분명히 광범위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을 두고 연정 파트너인 국민당은 물론이고 집권 자유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된다. 가디언은 보수 성향 의원들이 “환경 친화적 해결책이 실업을 늘리고 전력 비용을 올려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불 원인과 대책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구가인 comedy9@donga.com·최지선 기자
#호주 화재#코알라 멸종#모리슨 총리#대기오염#온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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