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하이저 “‘美中 1단계 무역합의’ 작동 여부는 中에 달려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6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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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5일(현지시간)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와 관련해 “모든 합의가 작동되느냐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중국 측의 합의 이행에 따라 향후 협상이 달려 있다며 ‘공’을 넘긴 것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이날 CBC방송에 출연해 “중국의 강경파가 의사결정을 한다면 우리는 하나의 결과를 얻겠지만, 우리가 바라는 대로 개혁파가 결정한다면 우리는 결과물을 하나 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일각에서 이번 합의가 “중국의 대중 강경파에 승리를 안겨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5월 협상 결렬을 주도한 중국의 ‘대미 강경파’를 견제하고 이번 합의를 주도한 류허 중국 부총리 등 ‘개혁파’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2단계 협상이 즉각 개시된다”고 트위터에 올렸지만,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2단계는 우리가 1단계를 어떻게 이행할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1단계는 매우 주목할 만한 합의이긴 하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보조금 지급 등의 난제가 남아 있는 2단계 협상의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0일 타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수정안이 미 의회에 제출된 13일을 “무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멕시코의 반발로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서명된 지 며칠 밖에 안 된 USMCA의 문제가 발생하자 멕시코 무역 협상대표인 헤수스 세아데 멕시코 외교차관이 일요일 워싱턴으로 날아왔다”고 전했다.

미 하원에서 공개된 USMCA 조약 이행 부속문서에 5명의 미 노동 담당관이 멕시코의 노동 환경을 감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화근이었다. 멕시코는 주권 침해에 해당하는 이 조항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세아데 차관은 13일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멕시코의 놀라움과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낸 뒤에 워싱턴을 직접 방문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이 해당 조항을) 멕시코에 언급한 적이 결코 없다”며 “당연히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트위터에 “우리는 3자(미국 멕시코 캐나다) 회담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국내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조항(extras)’이 필요하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멕시코 일각에서는 세아데 차관이 “(협상 과정에서) 너무 부주의하거나 순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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