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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시대, 낡은 과거 속의 현대차 울산공장[현장에서/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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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시대, 낡은 과거 속의 현대차 울산공장[현장에서/김도형]

김도형 산업1부 기자 입력 2019-12-13 03:00수정 2019-12-13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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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현대자동차 제공
김도형 산업1부 기자
놀라운 풍경이었다. 올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취재 때였다. 오후 3시 30분인 주간조 퇴근시간 전부터 정문에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직원들은 시계가 3시 30분을 알리자마자 일제히 공장을 ‘탈출’했다. 0시 10분 야간조 퇴근시간에 맞춰 다시 가봤다. 어둠 속 공장 건물에서 삼삼오오 미리 걸어 나온 직원들이 이 시간을 기다리다가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거나 혹은 뛰어서 공장을 뛰쳐나왔다.

퇴근 시간 전에 업무를 끝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찌감치 작업장을 벗어나 정문 앞에서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서 있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진 공장이 한국 대표 자동차 공장이라는 것이 서글펐다.

울산공장에서 와이파이를 허용하느냐 하는 논란이 최근 자동차 업계의 기삿거리가 됐다. 오래된 악습.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던 일이다. 기자가 본 모습도 실은 ‘조기퇴근’ ‘조기식사’처럼 어엿한 용어까지 있다고 한다. 2017년 현대차 해고 근로자의 복직 소송에서는 한 명이 두 명, 세 명 몫의 일을 하는 이른바 ‘두발뛰기’ ‘세발뛰기’ 작업 관행이 언급됐다. 한 명이 일을 몰아서 하고 나머지는 쉬는 변칙근무가 암묵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같은 해에 송호근 서울대 교수도 ‘가보지 않은 길’이란 책에서 울산공장의 적나라한 현실을 지적했다. 미리 조립을 끝내 놓고 쉬는 이른바 ‘올려치기’ 같은 관행과 결합된 노동 최저화와 보상 극대화, 낮은 작업효율 등이 언급됐다. 송 교수는 “울산공장에서 열정과 소명의식을 얘기하는 것은 꿈같은 소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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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서 세계 5위권 완성차 업체의 신화를 쓴 현대차다. 울산공장은 그 중추다. 하지만 그런 긍지와 자존을 유지하려면 근로자 스스로가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야 한다. 0시 30분쯤 정문을 나선 한 50대 근로자는 “일부의 행태지만 나도 저들이 부끄럽다. 할 일 하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작업장 정리해 놓고 나오는 게 상식 아니냐”고 말했다.

올해 자동차 업계의 관심은 미래차로 쏠렸다.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기, 생산인력 감소도 화두였다. 해외 완성차 업체에서는 판매 감소와 미래차 대응을 위한 구조조정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울산공장이라는 따뜻했던 성채에도 이제 차가운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노사가 경쟁력과 일자리를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이 아닌, 동영상 보며 일하고 퇴근 전에 작업장 떠나는 현실이 기사화되는 울산공장의 현실은 아무리 봐도 놀라운 풍경이다.

김도형 산업1부 기자 dodo@donga.com
#울산공장#현대차#미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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