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말고 다양한 회색[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소령 퍼블리 CEO
박소령 퍼블리 CEO
‘아무리 아픈 말이라도 말하겠다는 입. 아무리 아픈 말이라도 듣겠다는 귀. 어른의 우정을 위해서 꼭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신체기관인 것 같아요.’

―요조·임경선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곁에 두고 시시때때로 반복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좋은 소설은 대체로 호흡이 길고, 트렌드를 포착해서 풀어주는 책은 생명력이 짧다. 손이 자주 가면서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구절이 눈에 들어오는 책은 에세이인 경우가 많다.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작가 임경선과 아티스트 요조가 교환일기 형식으로 번갈아 가며 쓴 에세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30, 40대 여성 독자를 위해 쓴 글로, ‘살아가는 우리들’이 겪게 되는 주제를 다룬다. 연애와 사랑, 건강과 죽음, 가족과 친구, 일과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까지.

서로를 솔직하게 존중하는 관계에서 빚은 다정다감한 문장들도 좋지만, 일하는 여성이 가지는 일에 대한 날카로운 생각들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든다. “함께 협의해 나가면서 ‘기분 좋게 설득당한다’는 요소는 무척 중요한 부분이야. 일을 잘하고 즐기는 사람만이 알고 있는 어떤 지적인 쾌감 같은 것이 있지.” “아파트도 지은 지 40년쯤 되면 중간점검을 하고 필요하면 재건축을 하거든? 내가 퇴보하지 않기 위해 다시 단단히 다져서 다음 몇십 년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40대라고 본다.”

유능하게 일하고 단정하게 생활을 가꾸어 나가는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이 우리에겐 더 많이 필요하다. 흑 아니면 백 중 획일적 선택이 아니라 수없이 다채로운 농도의 회색들을 오가며 고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혼자보다는 함께 더 나은 어른이 되어 변화를 만드는 편이 낫지 않을까. 2019년 마지막 달을 보내며 머릿속을 툭툭 털어서 정리하고 싶은 분에게 권한다.

박소령 퍼블리 CEO
#흑백#회색#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일하는 여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