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냐 부시리냐[김창일의 갯마을 탐구]〈36〉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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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필자는 어시장 좌판이나 횟집 수족관의 물고기를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특히 생김새가 비슷한 물고기는 멈춰서 종류를 확인한다. 구별하면 스스로 흡족하다. 숭어와 가숭어, 민어와 점성어, 반지와 밴댕이, 조기와 부세, 방어와 부시리 등 유사한 생김새의 물고기를 일반인이 구별하기는 어렵다. 간혹 주인장에게 물고기 이름을 확인할 때가 있는데 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만큼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가 많다. 특히 방어와 부시리는 농어목 전갱잇과로 겉보기에 거의 구별되지 않을 만큼 닮았다. 전남 일부 어촌에서는 두 어종을 같은 물고기로 여긴다.

2012년 남해도에 장기간 머물며 어촌 문화를 조사했다. 정치망에서 잡힌 부시리는 위판장으로 갈 것도 없었다. 방어는 무리를 짓는 반면에 부시리는 연안에서 홀로 지내거나 작은 무리를 짓기에 많이 잡히지 않는다. 어획된 부시리가 선착장에 도착하면 주민들은 앞다퉈 사 갔다. 주민들은 방어보다는 부시리를 높게 쳤다. “부시리는 사시사철 맛있지만, 방어는 여름에는 기생충(방어사상충)이 있어서 개도 안 먹고, 겨울에는 너무 기름져 맛이 없다”고 했다.

남해도가 고향인 필자조차 방어와 부시리를 구별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두 어종의 생김새 차이를 물었다. 주민들은 한결같이 노란색 측선의 짙음과 옅음 혹은 몸통의 둥그스름한 정도로 판별한다고 했다. 두 종류를 직접 비교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주관적인 기준이었다. 심지어 수산시장 상인들에게 물어도 명확한 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방송과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겨울 대방어 바람이 불었다. 겨울 별미, 보양식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수요가 늘면서 품귀 현상까지 생겼다. 가격이 상승했다. 평소에는 부시리 가격이 높게 형성되지만, 겨울이 시작되면 역전된다. 부시리를 방어로 속여 파는 일이 빈번해졌다.

방어는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 끝단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반면에 부시리는 가슴지느러미보다 배지느러미 끝단이 뒤쪽에 있다. 사실 이 방법은 수족관에서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를 구별하는 데 유용하지 않다. 유영하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지느러미 길이를 가늠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보다 수월한 방법은 위턱 모서리각(주상악골)과 꼬리지느러미 가운데를 살피는 것이다. 방어는 둘 다 각지고, 부시리는 둥그스름하다.

방어는 봄, 여름에 동해로 북상하고, 가을부터 겨울에는 남쪽으로 돌아와 제주 해역에서 많이 잡힌다. 겨울철 제주도 연안에서 잡는 방어는 크고 살이 단단해 맛있다. 지금부터 2월까지가 방어 제철이다. 요즘은 바야흐로 방어가 대세다. 일종의 유행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유행을 따를 필요는 없다. 겨울철, 기름진 맛을 좋아하면 방어를, 담백한 식감을 선호하면 부시리를 찾으면 된다. 속아서 먹는 게 아니라면, 맛의 우열을 가릴 일은 아니다. 대방어가 유행하기 전 부시리가 더 고급 어종으로 인식되었다. 맛도 유행한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방어#부시리#남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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