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미중 냉전 초입단계… 방치해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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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국-소련보다 강력한 양국… 갈등 계속땐 1차대전보다 악화
무역협상으로 대화 물꼬터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96·사진)이 “미중 양국이 냉전 단계 초입에 접어들었으며 갈등을 방치할 경우 1차 세계대전보다 더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78년 미중 수교를 이끌어낸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 외교의 거두’이자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21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뉴 이코노미 포럼’에서 미국과 중국을 “과거의 미국과 소련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라고 평가하며 “1차대전은 상대적으로 사소한 위기가 제어되지 않아 발생했다. 만약 현재의 갈등이 관리되지 않는다면 결과는 (당시) 유럽에서보다 훨씬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 긴장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려는 노력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양측의 합의가 중요하다”며 “아직은 냉전 초입 단계이기 때문에 이런 노력을 하기에 그리 많이 늦지는 않았다”며 미중 간 대화를 촉구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무역협상이 두 나라 사이의 정치적 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은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국가로 세계 어느 국가와도 이해관계 충돌이 생길 수 있다. 현재의 무역협상이 정치적 대화의 작은 시작이 될 수 있다”고 평하며 “전쟁과 평화 중에, 중국인들은 확고하게 평화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평화를 소중히 한다. 우리는 제로섬(zero-sum) 방식의 사고나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부터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한편 최근에는 홍콩의 반(反)중국 시위 등을 둘러싸고 긴장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중 양국의 패권 다툼이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헨리 키신저#미국 국무장관#미중 무역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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