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개선 기회 늦출 수 없다[기고/박노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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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주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은 디지털 통상에 관한 챕터에서 사이버 안전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자유무역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이 협정들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포함하는 것은 디지털 경제의 핵심인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에서 개인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개인정보의 주체인 소비자, 즉 개인의 신뢰를 얻기 위함이다. 이렇게 개인정보 보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비자 보호이고, 소비자의 신뢰는 디지털 경제의 기반이 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개인정보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출된 개인정보보호법 등 소위 ‘데이터 3법’ 개정안이 1년여 계류 끝에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라고 한다. 데이터 3법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의 유연한 활용을 위한 가명정보 개념이 도입되고,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성과 집행권이 강화된다.

그동안 개인정보 보호 목적으로 다수의 법이 존재해 개인정보보호법 체계가 혼란스러워지고, 중복적인 적용 가능성으로 개인정보 처리자인 기업 등이 불안한 지위에 있었다. 이제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 보호의 기본법으로 자리 잡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집행권을 겸비한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이 돼 개인정보보호법의 수범이 명확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번에 개정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디지털 경제의 현실에서 완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와 같이 법령과 고시 등의 준수를 통한 개인정보 처리의 적법성을 따지기보다는 개인정보 처리자인 기업 등이 개인정보 처리로 초래되는 위험을 방지하도록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의 목적을 규정한 제1조가 개인정보 보호와 함께 개인정보 활용도 동등한 가치의 법익이 됨을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정보의 적법하고 유연한 처리도 보장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경제의 안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기업과 시민사회 등의 관심과 협력을 통해 디지털 경제에서 요구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노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인정보보호#사이버 안전#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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