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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대화 물꼬 텄지만… 징용 등 핵심쟁점 여전히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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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대화 물꼬 텄지만… 징용 등 핵심쟁점 여전히 평행선

도쿄=황형준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입력 2019-10-25 03:00수정 2019-10-2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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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리-아베 회담… 관계개선 논의
“한일은 중요한 이웃” 이낙연 국무총리(왼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회담 직후 두 총리는 “중요한 이웃국가로서 한일 관계의 어려운 상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 악화의 계기가 됐던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국가 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이 총리는 “1965년 한일 기본관계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도쿄=뉴스1

“길이 정리되고 레일이 깔리면 대화에 속도가 날 것이다.”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일 총리 회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3개월 반 만에 처음으로 한일 최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자갈밭 같던 비공식 물밑협상 대신 정부 채널을 통한 대화를 공식화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강제징용 등 핵심 이슈에 대해 한일은 여전히 큰 간극을 재확인했다. 다음 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가운데 당장 한일 관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1년 만에 한일 갈등 봉합 시도


이 총리는 방일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회담했다. 이날 회담은 오전 11시 12분부터 21분간 진행됐다. 당초 예상됐던 ‘10분 면담’보다는 2배가량 긴 시간이었다.


회담에서 두 총리는 “한일 관계 악화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베 총리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계속하자”고 화답했다고 회담에 배석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전했다. 아베 총리가 이 같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총리는 귀국길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갈등 이후 전개됐던 양국 간) 부정기적이고 간헐적인 대화가 이제 공식화된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 속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았고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했으니 (대화가) 공식화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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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리는 회담을 마치며 흰색 봉투에 밀봉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에는 한일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나갈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양국 현안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갖고 노력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파트너’라는 표현을 강조하면서 지소미아 복원 등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해선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 아베 “국가 간 약속 준수해야”… 11월 정상회담은 어려울 듯


정부는 한일 총리 회담이 양국 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로부터 정부 차원의 공식 대화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면서 적어도 당분간 해빙 기류를 이어갈 디딤돌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 총리도 “현안에 관해서만 말하면 여전히 상황은 어렵다”며 “결과는 (아직) 가치중립적”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한국이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방향으로 되돌려 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한국이 강제징용 해법을 먼저 제시해야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관방 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아베 총리가 모두발언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은 명확히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서를 전달받은 후에도 다시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두 차례 징용 문제 해결을 요구했는데, 두 번째는 친서를 받은 후라는 것이다. 또 “아베 총리는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며, 일한(한일) 관계의 법적인 기반을 근본으로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다. 한국은 국교 정상화의 기반이 되는 국제조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했다.

다음 달 23일 지소미아 종료 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 한일 갈등 해결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총리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은 흐른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신중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양국이 대화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후속 논의를 거쳐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수정안이 오갔는지 말씀드리기엔 아직 설익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보다 유연한 입장을 담은 강제징용 해법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형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 “이틀전 日 갈때보다 희망 조금 더 늘어” ▼

李총리 귀국길 기내 간담회, “아베, 개인 인연 언급… 배려 느껴”

“제가 이틀 전에 이 비행기에 타고 있을 때보다는 희망이 조금 더 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4일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가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 입장을 말씀했지만 저 개인에 대한 배려를 했다고 느꼈다”고도 했다. 이 총리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발언을 시작하며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났던 것과 개인적인 인연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어떤 얘기를 하는 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마음을 써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도입부에서 “일본에 대해 많이 아시는 이 총리가 오셔서 고맙다”고 했다고 이 총리는 전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회담 장소인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 도착해 회담 시작을 기다렸다. 당초 회담은 11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베 총리와 아일랜드 총리의 면담이 길어지면서 10분 정도 미뤄졌다. 아베 총리는 잠시 회담장을 비웠다가 다시 돌아와 11시 12분경 이 총리를 맞이했다.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꽂혀 있는 대기 장소에서 만나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은 기념촬영을 한 뒤 회담을 시작했다. 순차통역 형태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담은 예정됐던 10분을 넘겨 21분간 진행됐다. 중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아베 총리가 전날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과 19분간 회담한 것을 고려하면 한일 총리 회담이 비중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리는 친서와 별개로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대통령과 함께 여러 문제를 상의한 적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전체적으로 (한일 문제는) 총리께서 잘 아시니 총리께 (구두 메시지 등은) 맡기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회담 후 아베 총리가 징용 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석간에서 ‘국가의 약속 준수 요구’라는 제목 아래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원고 측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이 빠르면 연내 현금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더욱 관계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NHK 방송도 아베 총리가 징용 소송과 관련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도록 한국에 재차 요구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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