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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에 성난 민심… 칠레 공공기관-버스 무차별 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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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에 성난 민심… 칠레 공공기관-버스 무차별 방화

조유라 기자 , 신나리 기자 입력 2019-10-22 03:00수정 2019-10-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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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 反정부 시위 몸살
긴축 정책에 불만 쌓였던 칠레
지하철요금 50원 인상에 폭발… 최소 8명 숨지고 1400명 체포
에콰도르, 휘발유값 인상이 불씨… 레바논선 ‘메신저 세금’에 분노
레바논 경제난에 민심 폭발… 홍콩선 샤오미 매장에 방화 20일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 시위대가 사드 하리리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국기를 흔들고 있다. 17일 정부가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 ‘와츠앱’에 세금을 매기겠다고 밝히자 경제 위기로 곪았던 민심이 터지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홍콩에서도 범죄인인도조약(송환법) 반대 시위가 20주째 이어졌다. 시위대가 몽콕 네이선 로드에 있는 샤오미 가게에 불을 지르고 있다. 트리폴리=신화 뉴시스·홍콩=AP 뉴시스
6일부터 남미 칠레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 사회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올 들어 정부가 국민과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지하철, 전기 등 공공요금을 잇달아 인상한 결과다. 피해가 서민층에 집중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됐다. 19일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요금 인상안을 철회하고 15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음에도 시위는 잦아들지 않았다. 20일까지 최소 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한국 외교부는 21일 칠레 전역에 여행경보 2단계(여행 자제)를 발령했다. 홍콩, 이집트, 레바논, 에콰도르 등 세계 각국에서도 경제난과 독재에 항거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에 국민 분노 폭발

CNN 등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6일 가장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을 기존 800칠레페소(약 1320원)에서 830칠레페소(약 1370원)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30페소(약 50원) 인상에 불과하지만 양극화에 시달리는 국민은 분노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칠레 저소득층은 월급의 약 30%를 지하철 요금에 쓰고 있다. 요금도 세계 56개국 중 아홉 번째로 높다. 2017년 기준 상위 1% 부자들이 국가 전체 부의 26.5%를 소유하고 하위 50%는 불과 2.1%만 차지할 정도로 빈부 격차도 심하다. 칠레 정부는 올해 1월에도 적자를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올렸고 몇 주 전에는 전기 요금도 인상했다.

공공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은 19일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공공기관, 버스, 상점 등에 무차별적으로 방화를 하며 분노를 표시했다. 19일 한 슈퍼마켓의 화재로 최소 3명이 숨졌다. 20일에도 시위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의류창고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고 체포된 사람도 1400명이 넘는다.


놀란 정부가 19일 요금 인상을 철회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지속되고 있다. 중도우파 피녜라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2010∼2014년 집권 후 2018년부터 재집권하고 있는 그는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의 복지 위주 정책을 비난하며 긴축, 민영화 등을 추진했다. 그가 18일 저녁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진이 공개되자 시위대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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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는 19일 국가 비상사태 선포, 무장 군인과 장갑차 배치 등 정부의 강경 진압 방침에도 분노하고 있다. 1973년부터 1990년까지 17년간 철권통치를 펼친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 시절 후 첫 비상사태 선포다. 정부는 20일 비상사태 선포 지역을 수도권 전역, 발파라이소, 코킴보, 비오비오, 오이긴스 등으로 확대했다.


○ 원자재 딜레마에 빠진 중남미

에콰도르 정부도 3일 유류보조금 삭감, 세금·노동개혁 등을 골자로 한 긴축 정책을 발표했다 거센 반대 시위에 직면했다. 열흘간의 시위로 최소 7명이 숨지고 1300여 명이 부상당하자 13일 정책을 철회했지만 아직도 민심은 요동친다. 27일 대선이 치러지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최근 수천 명의 시민이 고물가와 실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18, 19일 온두라스에서도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그의 친동생은 최근 미국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위대는 “대통령 역시 이에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남미 전체가 ‘원자재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중남미는 2000년대 원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집권했던 좌파 정부의 선심성 복지 정책에 익숙해져 있다. 국가 부채가 급증한 와중에 세계 경기 둔화로 원자재 값이 급락하면서 복지 혜택이 줄었다. 이 와중에 긴축을 외치는 우파 정권이 속속 집권하면서 서민들과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 상황도 비슷하다. 17일 레바논 정부가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 ‘와츠앱’에 한 달 6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분노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집트, 이라크, 튀니지 등에서도 경제난 및 독재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6월 초부터 넉 달 넘게 극심한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의 상황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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