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통감 한 명도 없어”…여권서 터져나오는 책임론·쇄신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6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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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 News1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 News1
두달 넘게 대한민국을 마비시켰던 ‘조국 블랙홀’에 대한 책임론이 여권 내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조 전 장관의 거취를 놓고 보혁 간 세력 대결 양상이 전개된 만큼 ‘내부 총질’을 자제했지만, 조국 사태가 1차 정리된 상황에서 이제라도 당청 핵심 인사들 중 누구는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문 성향 3선 중진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은 갔다. (하지만 남은 사람들이) 후안무치한 인간들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는가”라며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1명도 없다. 이게 우리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사퇴 후 여당에서 책임론을 공개 거론한 것은 정 의원이 처음이다.

정 의원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 당도 서초동 촛불집회엔 몇 명이 모였는지 따지는 등, 여야가 갈등을 부추겼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 조 전 장관이 사퇴했으니 책임이 더 큰 여당으로서 먼저 사과하고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쓴 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 사태에) 죄송하다 했으니 당 차원에서 사과해야 한다”며 “야당에 ‘민생 국감’을 요구하려면 우리가 먼저 잘못했다고 얘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모두가 침묵하고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에 ‘후안무치하다’고 표현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오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초선인 김해영 최고위원이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당 지도부로서 처음으로 유감을 표했다. 김 최고위원은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에서 보듯이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해 국민의 갈등이 증폭되고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며 “집권 여당의 지도부 일원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 등 당 지도부 핵심 인사들은 이날까지 공개적으로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여당에선 문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에 대한 불만도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조 전 장관 문제로 대통령이 직접 유감 표명했고, 당에선 초선인 이철희 의원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불출마 선언을 하고 김해영 최고위원은 유감표명을 하고 있는데 청와대 참모들은 정작 조용하다”며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집권 여당이 이번 사태에서 제 목소리를 냈으면 여파가 덜 했을 텐데 의원총회 때 말 못하게 막아놓고 이 지경을 만들었다”며 “당이 이제라도 목소리 내서 청와대에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당도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당 내 일각에선 조국 정국 이후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총선 전에라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여권 386세대의 퇴진 필요성을 강조한 이철희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알기에 다선, 초선 중 불출마 결심하신 분들 제법 있다”고 말한 뒤 “곧 명단이 공개될 거고,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우리 당에 20~30대 국회의원이 20명은 넘었으면 한다”며 “정치에 20~30대가 대거 진입하게 해주는 게 한국 정치와 한국 사회를 바꾸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먼저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책임론·쇄신론에 불이 확 붙을 지는 미지수다. 총선 공천을 앞두고 공천권을 갖고 있는 당 지도부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검찰개혁 법안 처리를 두고 한국당과의 극한 대치가 뻔한 상황에서 적전분열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상당수 의원들이 책임론에 공감하고 있지만, 지금은 검찰개혁 등 시급한 핵심 국정 과제를 풀기 위해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큰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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