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인 가석방의 제한[기고/이용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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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용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재 법무부는 가석방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는 시대착오적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가석방에 대한 잘못된 개념에 입각하고 있다. 가석방은 범죄인의 교화가 이루어지고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면 더 이상 수형시설에 가둘 필요가 없고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한다는 특별예방사상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요건을 충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석방을 불허하고 있다.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국가는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법률이 규정하고 있으므로 가석방을 불허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석방은 국가의 시혜일 뿐이고 안 해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본래 예외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절대주의 왕정시대의 사고다. 역대 모든 정권이 그러하였지만 박근혜 정부가 특히 심했다. 박근혜 정부의 이러한 적폐를 문재인 정부도 그대로 답습해 현재 법무부는 가석방을 과도하게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석방 출소율은 8월 기준 26.8%로 일본 57%, 캐나다 37%에 비해 현저히 낮다.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가석방은 수형자의 기본적 권리다. 수형자의 사회복귀권에 근거하는 것이다. 교정을 통해 수형자의 교화가 달성되었는데도 구금해 두는 것은 인권침해다. 수형자의 인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약자 내지 소수자의 인권 영역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는 수형자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가석방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역대 그 어떤 정부도 갖추지 못한, 인권에 대한 특별한 인권감수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가석방 제도는 본질적으로 범죄의 종류나 경중을 가리지 않는 것이며, 형기의 장단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살인죄 흉악범 무기수의 가석방 허용을 문제 삼는 일부의 견해는 가석방의 본질을 전혀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 개선 교화되었더라도 가석방을 제한해야 한다는 사고는 수형자를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결코 다시 받아들일 수 없고, 한번 죄지은 자는 사회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소수자 배제’의 사고다. 이는 반(反)인권적이다.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고 만기 출소시킨다는 것은 개선 교화가 되지 않아 재범의 위험성을 가지고 그냥 사회에 내보낸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사회에 위험이 되는 것이다. 형기 종료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33%인데, 가석방 출소자의 재복역률은 7.3%(2015년도 출소자 기준)다. 무기수의 경우 평생에 적어도 한 번은 가석방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범죄의 책임을 오로지 범죄인에게만 부과하고 사회 복귀의 기회를 평생토록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형법상 책임원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변화가 극심한 오늘날에 30년 이상을 교도소에 수감시키는 것은 극도로 과다한 것이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의 30년은 과거의 100년에 견줄 수 있다. 가석방의 제한은 정부와 국민의 반인권적 태도를 보여준다. 가석방 심사는 엄격해야 하나 현재 법무부의 태도는 너무도 과도하게 엄격하다. 가석방은 현재보다 훨씬 확대돼야 한다.

이용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석방#법무부#범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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