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스캔들[횡설수설/송평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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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바이든은 2014년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인 부리스마의 임원이 됐다. 그는 내년 미국 대선의 유력한 민주당 후보 예상자인 조 바이든의 아들이다. 이듬해 빅토르 쇼킨이 우크라이나의 새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한 해 전부터 시작된 친러시아 정부 시절 유력자들의 부패 혐의 수사를 이어받았는데 부리스마 소유주에 대한 수사도 그중 하나였다. 여기에 헌터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우려를 표시했다.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은 쇼킨 총장이 물러나지 않으면 10억 달러 대출 보증을 철회하겠다는 압력을 넣었다. 쇼킨은 미국의 압력에 의한 것인지 부패수사를 제대로 못 한 탓인지 의회 탄핵으로 물러났다. 후임자인 유리 루첸코는 올 5월 바이든 아들이 연루된 혐의는 없다고 밝혔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 무렵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새로 취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부리스마 수사를 계속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결국 트럼프가 직접 젤렌스키에게 전화를 걸기까지 했다. 미국 언론은 내부 고발자의 제보로 이런 사실을 보도할 수 있었다. 트럼프는 계속되는 언론 보도에 젤렌스키에게 전화한 사실을 22일 시인하면서 “미국 국민이 우크라이나에서 부패에 연루된 바이든과 그 아들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전화로 압박할 당시 미국 의회가 승인한 2억5000만 달러어치의 군사 지원이 백악관에 의해 보류돼 있었다. 앞서의 ‘러시아 스캔들’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적극 개입한 혐의라면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단 점령 이후 친서방적이 된 우크라이나 정부가 내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사에서 손을 떼려 하자 그 수사를 계속하라고 압력을 넣은 것이다. 바이든도 오바마 행정부 당시 우크라이나에 수사 중단 압력을 넣은 모양새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이든 아들이 부패에 연루됐다고 해도 대선을 앞두고 남의 나라 대통령에게까지 수사 압력을 넣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다워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정치가 왜 이렇게까지 돼 버렸는지 안타깝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바이든을 포함한 민주당 후보 예상자 3명에게 모두 10%포인트 이상으로 뒤지고 있다. 겉으로는 재선 승리를 장담하고 있지만 내심 초조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 재선 승리를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트럼프에게 북핵 협상을 맡기고 있는 우리에게도 남 일 같지 않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우크라이나 스캔들#도널드 트럼프#헌터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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