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스캔들’ 美 대선 뇌관으로…커지는 트럼프 탄핵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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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와 관련된 의혹을 조사하도록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의 여파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를 위해 외세를 끌어들인 권력남용”이라며 ‘탄핵 카드’를 다시 꺼내들면서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2020년 대선의 쟁점으로 급부상하는 상황이다.

●대선정국 흔들 ‘제2의 러시아 스캔들’ 가능성

22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백악관이 의혹을 해소하려는 의회 활동을 방해하는 불법적 시도를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의회가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은 21일 트위터에 “이 시점에서 더 큰 국가적 스캔들은 대통령의 불법행위가 아니라 그에 대한 탄핵을 거부하는 민주당”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도 CNN방송 인터뷰에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탄핵이 이에 대응할 유일한 옵션일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급속히 악화되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탄핵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고발자의 의회 증언을 계속 막는다면 이는 무법(無法)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라며 “이는 우리를 완전히 새로운 조사 국면으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탄핵 카드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시도는 펠로시 의장으로서는 크게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탄핵안을 상정하더라도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부결될 것이 뻔하고, 이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줌으로써 2020 재선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크기 때문. 2016년 대선 당시 제기됐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이 로버트 뮬러 특검의 집중적인 수사에도 결정적 한 방 없이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민주당은 이번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벼르고 있다. 그러나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민주당의 대선후보 1순위인 바이든 전 대통령에 대한 의혹도 파헤쳐야 한다는 점에서 강공 대응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녹취록 공개 고려할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과정에서 바이든 후보의 아들을 언급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그러나 “내용은 (대통령 당선에 대한) 축하와 함께 부패에 대한 것이었다”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같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더 이상 부패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며 ‘수사 압박’ 의혹은 부인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이 한 것은 매우 부정직한 일”이라며 “그가 아들과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의 비판 초점을 자신이 아닌 바이든 전 대통령 관련 의혹으로 돌리려는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의혹이 점점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휴스턴에서 기자들과 다시 만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 공개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외국 정상들이 통화 내용이 공개되기를 원치 않으며,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대화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공개를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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