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리스크 줄이려면… 대비책 3개만 만들어라”

재무설계사가 알려주는 인생 2막 꿀팁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기회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중국 고전인 사기의 맹상군 열전에는 ‘교토삼굴’이라는 고사가 나온다. ‘꾀 많은 토끼는 세 개의 굴을 만든다’는 뜻인데 맹상군과 그의 식객이었던 풍환이 그 주인공이다. 고사에는 풍환이 맹상군이 화를 입지 않도록 세 개의 대비책을 마련해주었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2019년 8월 현재 한국경제는 국내 경기 부진과 더불어 미중 무역분쟁, 한일 무역갈등까지 겹치며 갈수록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지난달 부동산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를 줄 것을 알면서도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낮췄다. 또 그동안 대한민국 성장의 중심 세대였던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 시기가 도래했음에도 청년들의 취업난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세대 간의 일자리 다툼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다.

인간사의 생로병사 중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 만약 당신이 향후 10년 안에 은퇴를 하거나 실업 상태에 놓인다고 가정해보자. 가장 큰 리스크는 오래 사는 것일 테다. 경제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오래 사는 것은 리스크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장수 리스크’는 0.74로 실제 은퇴기간이 자신의 예상보다 74%가량 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0.32), 일본(0.29), 영국(0.33)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길다.

리스크가 무엇인지 파악했다면 이제는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때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 번째는 건강관리다. 100세까지 아무런 걱정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자신이 있을지라도 무병장수가 아닌 유병장수라면 의미가 없다. 모든 것에 앞서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건강보험에 들지 않은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건강보험에 가입하기를 권한다.

두 번째는 자산관리다. 길어진 수명만큼이나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자산과 부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앞으로의 기대소득 또한 면밀하게 추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은퇴기간에 맞춰 보유 위험과 기대수익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실행하기가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추천한다.

세 번째는 위험관리다. 누구든지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위험은 되도록 회피하고, 확률을 따져본 뒤 때로는 위험을 보유하거나 축소시키며 관리를 해야 한다. 보험 가입도 위험관리의 수단 중 하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탐대실하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는 일자리다. 한국보다 일찍 고령화가 찾아온 일본의 예를 참고할 수 있다. 일본은 현재 제로금리 상태인데 이는 지금까지 저축한 원금만으로 노후생활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은퇴자들이 쉽게 손에서 일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화려하고 권위 있는 일만 하려 하지 말고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노후 생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창업을 원하는 사람은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자영업자 중 30∼40%가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 게다가 이미 창업 시장에는 더 젊고 더 능력 있고 거기에다 자금까지 풍부한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마지막으로 개인연금 가입을 권한다. 전 국민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아쉽게도 가입기간과 납입금액의 한도로 인해 연금수령액이 부족한 편이다. 퇴직연금의 경우 2019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장기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를 40%나 줄여준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개인연금은 상대적으로 가입이 쉽고 혜택이 많다. 지금 가입하기를 권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금리 때문이다. 고령화라는 큰 물결이 이미 다가온 이상 저금리는 필연적이다. 당분간 고금리를 기대할 수 없다면 개인연금 가입을 통해 저금리로 수익이 줄어드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꾀 많은 토끼는 자신을 위해 세 개의 굴을 준비해 놓았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고전의 지혜를 본받아 인생 후반전 설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석종 한화생명 부산FA센터 국제공인재무설계사